수직 무브먼트가 무려 '179cm'…모두가 RYU의 "100점 커브"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데 라 크루즈를 삼진 처리하는 것이 완벽한 예시였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은 2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와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투구수 83구,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비자책)을 기록하며 시즌 2승째를 손에 넣었다.
지난해 전완근 통증에 시달렸던 류현진은 생애 두 번째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토미존 수술의 경우 1년 이상의 공백기가 필요한 큰 수술로 오랜 재활을 통해 빅리그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물론 부상 이전의 기량을 뽐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류현진은 복귀 가능성이 7%에 불과한 어깨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극복한 만큼 두 번째 토미존 수술이 큰 걸림이 되지는 않았다.
물론 지금의 류현진은 토미존 수술을 받기 전과는 분명 다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구속'이다. 일단 마이너리그에서 4번의 재활 등판과 빅리그로 복귀한 뒤 네 차례 마운드에 오른 것까지 총 8경기에 나섰는데, 아직까지 구속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등판을 거듭할수록 평균 구속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후 가장 평균 구속이 좋았던 시즌은 2019년으로 90.7마일(약 146km). 그리고 토미존 수술을 받기 이전인 2021시즌 89.9마일(약 144.7km), 2022년 89.3마일(약 143.7km)로 89마일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토미존 수술에서 돌아온 올 시즌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88.7마일(약 142.7km)에 머물러 있다. 특히 21일 등판 포심 최저 구속은 84.8마일(약 136.5km)에 불과했다.
류현진이 '구속'으로 타자들을 압도하는 유형의 투수는 아니지만, 기본적인 구속의 뒷받침이 없다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살아남기 힘든 것은 분명하다. 류현진은 수술대에 오르기 전,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구속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집중타를 맞으며 고전하는 경우가 결고 드물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매 경기 구속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구 내용은 점점 좋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구속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이 세 경기 연속 호투를 펼치고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일까. 정교한 제구력, 볼 배합 등 여러 요소가 있지만,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커브'다. 수술을 받기 전 '주무기' 체인지업과 함께 커터를 주로 활용했던 류현진은 올해 커터의 비중을 줄이고 커브의 구사 비율을 늘리면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2020-2021시즌 24.4~25.5%의 비율이었던 커터는 올해는 10.1%, 반면 커브는 18.3%로 크게 늘었다.
류현진의 커브는 좋지 않던 구종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과 2021년을 제외하면 커브는 매년 구종 가치가 '플러스'일 정도로 커터에 비해 꾸준히 좋았던 공이다. 그런데 초구에 허를 찌르는 공으로 사용했던 공을 위닝샷으로도 전지면서 위력이 배가 됐다. 게다가 매우 느린 커브가 더욱 큰 낙폭을 그리며 기존에도 좋았던 공이 한 단계 더 발전했다.
류현진의 올 시즌 커브 수직 무브먼트는 70.6인치(약 179cm), 수평 무브먼트는 14.2인치(약 36cm)로 가장 변화가 크다. 류현진은 올해 빅리그로 돌아온 뒤 꾸준히 커브를 주목받았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이 커브는 21일 경기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됐다.
류현진은 21일 커브 16개를 던지는 동안 7개의 스윙과 3개의 헛스윙(43%)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7개의 삼진 중 커브로 3개의 삼진을 솎아냈다. 특히 3회말 1사 1루에서 66.2마일(약 106.5km)의 초저속 커브로 신시내티의 '특급유망주' 엘리 데 라 크루즈를 헛스윙 삼진, 5회말 2사 1, 2루에서 66.8마일(약 107.5km) 커브를 통해 루킹 삼진을 솎아내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메이저리그 투구 분석 전문가로 '피칭 닌자'를 운영하고 있는 롭 프리드먼은 SNS에 "시속 66마일의 예쁜 커브"라며 류현진의 커브를 주목했고, 'MLB.com'은 "마치 류현진의 전성기를 보는 듯했다. 류현진은 타자의 스윙 열의를 누구보다 잘 읽는데, 젊고 공격적인 타자들에게 특히 무서운 투수다. 볼카운트 0B-2S에서 66-67마일 커브로 데 라 크루즈를 삼진 처리하는 것이 완벽한 예시였다"고 극찬했다.
류현진도 경기가 끝난 뒤 커브에 대한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캐나다 '스포츠넷'의 벤 니콜슨-스미스에 따르면 '오늘 커브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류현진은 "100점 만점에 100점"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원래도 좋았던 커브가 올해는 체인지업과 마찬가지로 '주무기'로 발돋움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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