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새 광화문광장 설계, 체감온도 더 높인다"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2023. 8. 22.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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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개장 1주년을 맞은 광화문광장의 설계가 여름철 폭염 해소를 고려하지 않아서 열이 축적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에 따라 여름철 폭염 가능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광화문광장의 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목 배치 등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김형규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팀이 지난해 1차 재개장한 광화문광장의 풍속 등을 측정한 결과 광화문에서 세종대로 사거리까지 구간의 여름철(6~8월) 풍속은 공사 전과 비교해 초속 0.0516m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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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속 감소하고 습도는 증가…폭염시 열 축적되는 구조
"나무 5000그루 심었지만 '바람길' 없어…재배치해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최근 재개장 1주년을 맞은 광화문광장의 설계가 여름철 폭염 해소를 고려하지 않아서 열이 축적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에 따라 여름철 폭염 가능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광화문광장의 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목 배치 등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국도시설계학회 등에 따르면 김형규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팀은 이 같은 연구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해 1차 재개장한 광화문광장의 풍속 등을 측정한 결과 광화문에서 세종대로 사거리까지 구간의 여름철(6~8월) 풍속은 공사 전과 비교해 초속 0.0516m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습도는 0.3537% 증가했다.

풍속이 1㎧가 느려질 때마다 체감온도는 대략 1.6도씩 올라간다. 습도는 50%를 기준으로 10% 증가할 때마다 체감온도가 약 1도씩 상승한다.

이를 감안하면 새로 개장한 광화문광장은 체감온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된 셈이다. 이곳을 찾는 시민이나 인근의 직장인들은 온도와 습도 변화에 따라 공사 전보다 더 더위를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내용은 김 교수가 홍익대 도시계획과 석사과정인 황민수 학생과 함께 발표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후의 여름철 미기후 및 열쾌적성 변화'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김 교수팀은 미기후(Micro-climate) 시뮬레이션 모델 'ENVI-met'로 새로 조성된 광화문광장을 분석해 광화문광장의 풍속 감소와 습도 증가를 파악했다.

세부적으로는 광화문 광장을 서측과 중앙, 동측으로 나눠 분석했다. 서측은 기존 세종대로에서 광화문 광장으로 편입된 뒤 주로 나무가 심어진 부분, 중앙은 기존 광화문 광장, 동측은 세종대로와 가까운 부분이다.

그중 동측, 즉 대한민국 역사박물관과 주한미국대사관이 있는 쪽은 공사 전보다 기온이 더 올랐다. 여름철과 '더위가 심한 날'(7월29일)을 기준으로 각각 0.0110도, 0.0077도 증가했다.

이 지역은 수목이 식재되거나 수경시설이 들어선 서측과 비교해 표면 반사율이 매우 낮고, 아스팔트 도로와 가까워서 태양열 복사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무가 심어진 서측은 여름철과 더위가 심한 날의 기온이 각각 0.2956도, 0.3341도 내려갔다. 반면 습도는 올라가고 풍속은 느려지면서 체감 온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기존 광화문광장 부분인 중앙은 과거보다 수목이 일부 추가됐지만 잔디밭 면적이 2,000㎡이상 줄어들면서 기온이 0.0219도(여름철) 0.0142도(더위 심한 날) 내려가는 데 그쳤다. 습도는 변화가 없었으며, 풍속은 다소 느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제1저자인 황씨는 "습도가 증가하고 풍속이 감소한 것은 맞다. 다만 열 스트레스(PET)는 감소했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논문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후의 여름철 미기후 및 열쾌적성 변화' 중 광화문 광장 개선 전(왼쪽)과 후의 기온 분포 연구 결과(한국도시설계학회 제공) ⓒ 뉴스1

앞서 서울시는 도로로 둘러싸여 있던 기존 광화문광장을 '대한민국 대표 공간'으로 만들겠다며 지난 2020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년9개월 공사 끝에 새 광화문광장을 조성했다.

서울시는 새 광화문광장에 610억원을 투입해 총 5000그루의 나무를 심는 등 녹지 면적을 기존 대비 3.3배 늘렸다. 쉼터를 늘리면서 일대를 보행 친화적·대중교통 중심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그러나 현재 설계는 일부 지역에 나무(수목)가 밀집한 설계로 증가한 습도가 밖으로 빠져나가기에도 용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 내 밀집한 탓에 '바람길'이 나지 않은 것이다.

김 교수는 "광화문 교차로에서 넘어온 뜨거운 공기로 인해 광화문 광장 북쪽의 기온이 많이 증가했는데, 이 열기를 차단할 수 있도록 수목의 재배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시뮬레이션 결과 현재 설치된 수경시설을 광화문광장 북동쪽과 동쪽 경계부에 배치할 경우 광장 내부 온도 상승을 잡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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