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한 부동산 시장, 중개업소는 '한겨울'" 왜? [현장]
작년부터 이어진 거래 급감에 중개사무소 휴·폐업 증가…"올 1만7천곳 예상"
부동산 시장이 침체 국면을 벗어나는 것일까. 통계수치로만 본다면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전국 아파트값 평균치는 상승세로 전환됐다. 지금 시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향후 어떤 흐름을 보일 것인지 살펴본다.
[편집자]
[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이 지역에 호재는 많아요. 소규모 재건축이 많거든요. 한참 경기 좋을 땐 재건축 투자 문의가 많이 있었는데 요즘엔 그것도 없고, 그러다보니 거래도 없어요. 매물 문의나 사무소로 직접 찾아오는 분들이 작년보다 절반 이상 줄었어요."
침체됐던 부동산 시장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거래 성사를 돕는 공인중개업소의 휴·폐업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거래가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22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전국 공인중개사무소 휴·폐업 수는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9천건이 넘어섰다. 1월 1245건, 2월 1268건, 3월 1464건, 4월 1345건, 5월 1448건, 6월 1339건, 7월 1150건으로 총 9265건에 이른다.
이에비해 새로 개업한 중개사무소는 3월(1341건) 이후 4월 1132건, 5월 1096건, 6월 969건, 7월 909건으로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7월 휴·폐업한 중개사무소는 6732건, 신규 개업 중개사무소는 9963건으로 문을 닫는 중개사무소 대비 새로 여는 사무소가 48% 가량 많았다. 반면 올해는 휴·폐업한 중개사무소가 새로 문을 연 사무소보다 16.6%가량 많다.
이런 추세는 국지적으로 달리 나타나기도 하지만, 지난해 초부터 급격히 줄어든 거래량이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 부천에서 사무소를 운영하는 G 공인중개사는 "최근 들어 부동산 거래량이 회복하고 있다는데 지역마다 다른 것 같다. 여긴 손님 자체가 없다"며 "전체적으로 거래량이 예년 대비 많이 줄었고 매물 문의나 사무소로 직접 찾아오는 고객들도 작년과 비교해 반토막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지역은 소규모 재건축이 많아 호재가 꽤 있는 지역"이라며 "한참 경기가 좋을 땐 재건축 투자 문의가 많았는데 작년부턴 그와 관련한 문의도 없고 거래도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6월 주택 통계'를 보면 올해 6월 전월세 거래(신고일 기준)는 총 21만3265건으로 확인됐다. 전월(27만6950건) 대비 23.0% 줄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21만2656건) 대비 0.3% 증가했다. 매매 거래도 조금씩 늘어나는 모습이다. 올해 6월, 전국 주택 매매량은 5만259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증가했다. 수도권 주택 매매량이 2만83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8% 늘었지만 최근 회복세는 시장 전반적인 회복보다는 일부 지역에 편증됐다는 분석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한공협) 관계자는 "아직 거래량 회복세가 두드러지지 않고 지역별 편차도 좀 있다"며 "전국적으로 공인중개사들이 휴·폐업에 내몰려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서울의 경우 강북보단 강남의 회복세가 두드러지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거래가 완연하게 늘어난 것이 아니어서 폐업이 더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일부 지역 내에서 거래량 편차가 확연하게 있긴 하지만 서울, 부산, 대구 등 광역으로 보면 거래량이 전반적 회복세를 보이는 지역은 없는 것 같다"고도 했다.
이에 올 하반기 문을 닫는 공인중개사무소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공협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중개사무소 폐업이 더 많다"며 "2021년도, 지난해도 하반기가 상반기 대비 10% 많아서 이런 추세라면 올해 문 닫는 중개사무소는 1만7000개 수준에 달할 것 같다"고 추정했다.
전세사기 여파로 전월세 거래량이 줄어든 것은 중개 시장 한파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공협 관계자는 "서울 거래량을 보면 전월세 거래 중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 올해가 더 많다"며 "반면, 다가구 주택들은 작년 상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 전월세 거래가 78%가량 줄었다. 이전에는 매매 시장이 불황이더라도 전월세는 침체되지 않았는데 올해는 전세사기 문제 등의 영향으로 상당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개 업계에선 중개보조원 신분 고지 의무화와 부당 표시·광고 과태료에 대한 실효성과 부담 수준도 지적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1일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재입법예고를 시작했다. 해당 개정령안의 주요 내용은 ▲과태료 부과기준 합리화 ▲중개보조원 과태료 신설이다. 공인중개사가 부당한 표시ㆍ광고를 한 경우, 이전까지는 일률적으로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는데 앞으로는 부당한 표시ㆍ광고의 유형에 따라 최소 250만원부터 최대 500만원까지 과태료 액수를 세분화할 방침이다. 또, 중개보조원이 중개의뢰인에게 본인이 중개보조원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은 경우, 해당 중개보조원과 그를 고용한 공인중개사에게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G 공인중개사는 이와 관련해 "(정부에서) 단속하려면 하겠지만 실제 단속보단 겁을 주려는 정도의 제도 같다"며 "실질적으로는 중개보조원 숫자를 줄일 필요가 있다. 중개보조원을 1명 이상 고용한 곳은 의심해볼만 하다"고 전했다. 이어 "중개사무소 숫자가 많아 경쟁이 심하기도 하고 (보조원에게) 월급을 주려면 한 명도 어려운데 2~3명 고용하는 걸 그대로 두는 건 위법행위를 방치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고지 의무보다는 공인중개사 한 명당 고용할수 있는 중개보조원 수를 현실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전세사기는 중개 자격이 없는 컨설팅 업체와 관련이 많다"며 "공인중개사랑 협업하는 컨설팅 업체를 보면 중개사는 한 명인데 컨설팅 업체 직원은 여러 명이다. 이런 곳에서 위법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과태료 기준은 과하다는 얘기가 많다. 단순 실수에 대해 수백만원씩 과태료 처분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얘기가 있었다"며 "실수로 처음 위반한 것과 상습 위반과는 차등을 둘 필요가 있다. 처음 적발 시에도 250만원을 부과한다는 건 너무하다. 6억원가량 아파트를 매매해 최대 중개보수율을 적용했을 때 받는 중개보수가 250만원 수준이다. 다른 중개사무소에서 계약이 체결된 지 모르고 광고를 내리지 않았을 때, 그 고의성을 어떻게 판단할 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이와 관련해 계속 논란이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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