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장비, 사용하기 불편"…표준 마련 착수

이강준 기자, 김지은 기자, 최지은 기자 2023. 8. 2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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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경찰봉(삼단봉) 등 장비의 품질이 제각각이라 공무집행에 지장을 받고 있다는 일선 경찰관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근 강력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경찰장비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서현역 사건 등으로 경찰이 물리력을 사용해야 할 상황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서둘러 장비 품질 제고를 위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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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경찰, 수갑·방패·가스분사기 등 장비 만족도 낮아
멋대로 펴지고 무거운 삼단봉…권총도 2~3명 돌려써
관리규칙에 품질조항 없어…"제고 기준 마련" 목소리
4일 오전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 인근에 경찰력이 배치돼 있다./사진=뉴시스

현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경찰봉(삼단봉) 등 장비의 품질이 제각각이라 공무집행에 지장을 받고 있다는 일선 경찰관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근 강력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경찰장비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1일 한국경호경비학회의 '위해성 경찰장비 표준화의 발전 방향 연구: 5종의 위해성 경찰장비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현직 경찰 등 관련 종사자들의 수갑·방패·경찰봉·가스분사기 등 장비만족도가 5점 만점에 4점(만족한다)을 넘지 못했다.

장비별로 △수갑 만족도는 3.706점 △방패 만족도 3.588점 △경찰봉 만족도 3.199점 △가스분사기 만족도 3.124점 순이었다. 이 설문조사는 현역 경찰, 경찰 교육생 등 27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응답자들이 1점(매우 불만족)에서 5점(매우 만족)을 답하면 평균을 내서 만족도를 확인했다.

현장에서는 경찰 장비의 품질이 좋지 않다는 불만이 높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A 경찰관은 "삼단봉이 원치 않을때 펴져 난감한 경우가 많았고, 경찰조끼 등 다른 장비도 사제용품과 비교해 무겁고 사용하기가 불편하다"고 말했다.

B 경찰관은 "삼단봉을 다시 접으려면 땅에 내리쳐야 한다"며 "휴대하기에 너무 무거워서 테이저건이 없을때 울며 겨자먹기로 쓴다. 차라리 내가 직접 사서 쓰는 게 나을 정도"라고 했다.

권총도 1정을 여러 경찰관이 공유해야 해 관리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C 경찰관은 "각 부서에서 경찰 2~3인이 권총 1정을 일정에 따라 나눠서 사용하고 있다"며 "다른 부서나 지구대·파출소로 이동하면 다른 경찰관이 쓰던 총기를 지급받는다. 각 경찰마다 권총을 지급해 관리가 용이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경찰은 법에서 정한 경찰장비관리규칙에 따라 장비를 관리한다. 그러나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다. 잠금 해제장치 작동여부 점검, 모서리 파손 여부 확인 등 간단한 규정만 있다. 내부적으로 '위해성 경찰장비의 안전검사기준'이 있지만 이 역시 품질을 살펴볼 수 있는 조항은 없다. 어떤 장비가 '품질이 좋은 장비'인지 정해져 있지 않을 뿐더러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도 명확히 설명돼있지 않다.

장비를 구매할 때도 마찬가지다. 장비를 입찰·구매하는 나라장터에 '경찰청 물자구매를 위한 장비별 경찰규격서'가 있지만 여기에도 치수·재질 위주의 최소 규정만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서현역 사건 등으로 경찰이 물리력을 사용해야 할 상황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서둘러 장비 품질 제고를 위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장 경찰이 부담없이 사용해야 하는데 너무 무겁다든지 재질이 거칠어 착용감이 떨어진다든지 하는 문제가 많다"며 "수갑 같은 장비는 오래전부터 현장 경찰이 불편함을 호소했고 품질이 안 좋아 사제용을 구입해서 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경찰장비의 성능 등을 규격화하고 이를 검사·관리할 수 있는 표준체계를 개발하고 있다"며 "좋은 장비가 지속적으로 보급되고 나아가 치안산업까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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