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타티스-보가츠보다 낫다… SD가 영입 승자” 유격수 복귀? 1억 달러 깔고 가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샌디에이고는 최근 몇 년간 마치 유격수 수집에 나선 것처럼 보였다. 주전 유격수가 있는데 유격수를 사고, 또 유격수를 샀다. 심지어 마이너리그 팜에서 대기하고 있는 특급 유격수도 둘이나 있었다.
샌디에이고가 ‘유격수 부자’가 되기 시작한 건 팀 내 최고 유망주이자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재능인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4)의 데뷔 부터다. 타티스 주니어는 2019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84경기에 나갔다. 수비에서 문제가 있었지만 30홈런과 30도루를 모두 가져다 줄 수 있는 유격수의 등장에 모두가 흥분했다. 경기장 내에서의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는 단번에 그를 슈퍼스타 대열에 올렸다.
샌디에이고는 2021년 시즌을 앞두고 타티스 주니어와 14년 총액 3억4000만 달러(약 4559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계약을 하며 신뢰를 과시한다. 심지어 그 당시 타티스 주니어는 162경기 체제 풀타임을 단 한 번도 뛰어보지 못한, 메이저리그 통산 출전 경기 수가 고작 143경기에 불과한 선수였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타티스 주니어의 재능을 본 샌디에이고는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샌디에이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21년 시즌을 앞두고 KBO리그 최고 유격수 김하성(28)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자 포스팅 전선에 뛰어들어 기어이 유니폼을 입혔다.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을 3루와 2루에서도 활용한다는 복안이었지만 확실한 주전인 타티스 주니어가 있는 상황에서 4년 2800만 달러(약 375억 원)를 추가 투자한 건 중복이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될 법한데, 그 다음 행보는 더 관심을 모았다. 타티스 주니어, 김하성이라는 인정받는 유격수가 있는 상황에서 올 시즌을 앞두고 올스타 유격수 잰더 보가츠(31)와 11년 총액 2억8000만 달러(약 3755억 원)에 계약한 것이다. 타티스 주니어를 외야로 보내고, 김하성을 2루로 보내 보가츠의 자리를 만들겠다는 심산이었다. 어쨌든 샌디에이고는 올스타급 전‧현직 유격수를 셋이나 보유한 팀이 됐다.
그 과정에서 팀 내 최고 유망주 중 하나였던 유격수 CJ 에이브람스가 후안 소토 딜에 끼어 워싱턴으로 이적하기도 했다. 미래보다는 일단 지금 달리기로 결정한 까닭이다. 타티스 주니어, 보가츠, 그리고 후안 소토와 매니 마차도를 묶어 리그 최강의 타선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읽혔다. 하지만 정작 많은 돈을 투자한 타티스 주니어와 보가츠가 기대에 못 미치는 반면, 김하성은 대박을 터뜨리며 대조를 이루고 있다.
미 ‘야후스포츠’는 21일(한국시간) 올 시즌 ‘알게 모르게’ 대활약을 펼치고 있는 9명의 선수를 선정했고, 이미 ‘알려질 정도로’ 대활약 중인 김하성도 이 리스트에 포함됐다. ‘야후스포츠’는 ‘김하성의 수비는 그가 어느 포지션에서 뛰든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면서 ‘샌디에이고에서 세 번째로 유명한 유격수는 팀의 풀타임 2루수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하성이 그보다 ‘더 유명한’ 유격수 둘보다 더 나은 활약을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야후스포츠’는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기준으로 그는 베테랑 유격수 보가츠와 외야로 전향한 타티스 주니어를 포함한 (유격수) 3총사 중 가장 가치 있는 선수일 뿐만 아니라 샌디에이고 전체에서도 가장 가치 있는 선수’라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 김하성의 WAR은 ‘베이스볼 레퍼런스’, ‘팬그래프’ 모두 샌디에이고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야후스포츠’는 이런 평가가 김하성의 활약보다는 저조한 샌디에이고의 시즌을 상징할 수 있어 실망스럽다면서도 ‘김하성은 KBO에서 메이저리그로 온 뒤 계속해서 (공격) 생산성이 오르고 있다. 그의 전반적인 향상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며 김하성이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변화구 대처에 있어 매년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하성과 계약한 것은 샌디에이고의 승리처럼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김하성의 내년 유격수 복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타티스 주니어의 내야 전향을 고려하지 않는 상황에서 오히려 보가츠의 포지션을 바꿀 것이라는 루머가 나오는 까닭이다. 보가츠는 샌디에이고 입단 전 수비가 계속 좋아지는 추세였지만 올해는 다시 떨어지는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제 30대 중반으로 향할 나이인 만큼 수비 부담이 덜한 다른 포지션으로 옮겨 장기인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나을 수도 있다. 수비는 확실히 김하성의 우위다.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 또한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과 인터뷰에서 “김하성은 훌륭한 수비수이며, 위대한 본능을 가지고 있다. 그는 훌륭한 손놀림을 가지고 있으며 뛰어난 순발력도 가지고 있다”면서 “당신도 알다시피 김하성은 최고의 수비수 중 한 명이며, 올해 그의 활약은 골드글러브 수상도 암시할 수 있다. 우리가 그를 어디에 놓든, 그는 대응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하성은 이미 지난해 타티스 주니어의 부상 및 약물 복용 징계 탓에 풀타임 유격수로 뛴 경험이 있다. 지난해 유격수 소화이닝은 무려 1092이닝에 이른다. 올해도 보가츠의 휴식 시간을 메우는 팀의 ‘제2 유격수’다. 21일 현재 2루수로 658⅔이닝, 3루수로 199⅓이닝, 유격수로도 119⅓이닝을 뛰었다. 만약 내년에 유격수로 뛰면서 올해의 공격 생산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말 그대로 연 평균 2000만 달러와 총액 1억 달러는 깔고 가는 선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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