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기업과 싸웠던 1년여…‘사회적 고용기금’으로 책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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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외국 자본 청산으로 고용 약자가 되어보니 왜 연대와 도움이 필요한지 알겠더라고요. 지역 노동자가 고용 문제 앞에 홀로 서지 않을 장기적 방안을 고민했어요. 사회적 고용기금을 제안한 이유입니다."
나원준 경북대 교수(경제학)는 "(외투 기업 청산과 해고라는) 비슷한 문제가 있을 때마다, 개별 보상으로 해결해왔다"며 "혜택만 있고 의무는 없는 외투 자본에 고용기금을 통해 사회적 의무를 지게 하는 방안 등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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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외국 자본 청산으로 고용 약자가 되어보니 왜 연대와 도움이 필요한지 알겠더라고요. 지역 노동자가 고용 문제 앞에 홀로 서지 않을 장기적 방안을 고민했어요. 사회적 고용기금을 제안한 이유입니다.”
최윤미 전국금속노조 경기지부 한국와이퍼분회장이 21일 한겨레와 만나 두달 전 삭발한 짧은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말했다.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일본계 회사 ‘한국와이퍼’가 노조와 고용 안정 협약을 깨고 일방적 청산 발표를 한 지 1년1개월 만인 지난 16일, 최 분회장과 동료들은 회사와 합의하며 싸움을 마무리했다. 합의 내용은 복직이나 위로금이 아닌 ‘사회적 고용기금’ 마련이었다. 대량 실직 책임이 있는 기업이 노동자 개별 보상 대신 사회적 기금 재원을 마련하게 하고, 이 기금을 노·사·민·정이 함께 지역 노동자를 위해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44일의 단식, 209명 노동자가 함께 한 216일의 농성까지. 최 분회장은 지난 1년 한국와이퍼 싸움 과정을 떠올렸다. 지난해 7월 기업의 청산 발표에 200명이 넘는 직원이 하루아침에 실직 위기에 놓였다. 국정감사에서 ‘외투 기업 기획 청산’ 논란이 일고 사회적 관심도 컸다. 힘이 된 건 지역 시민의 응원이다. “많은 사람들이 외투 자본의 횡포에 공감하고 연대하고, 바꿀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줬어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시민의 생존권 문제로 확대해서 생각하게 된 이유입니다.” 최 분회장이 고용안정기금을 떠올린 이유를 말했다.
고용안정기금은 기업이 종잣돈을 대고 노동자가 양보한 돈 수십억원을 재원으로 재단법인을 만들어, 이를 노동조합과 지역 시민단체 등 지역사회, 정부가 함께 운영하는 방식이다. 기금 일부는 한국와이퍼 실직 노동자 생계, 재고용 지원 등에 쓰이지만 상당 부분은 지역 다른 노동자와 연대하는 데 쓴다. 현재 노사 합의로 기금만 마련된 상태인데, 9월 ‘연대기금 준비 위원회’를 만들어 지역과 정부의 참여 방식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특히 기금은 산업 전환 속에 일자리를 잃기 쉬운 불안정 노동자를 지원하는 데 목적을 뒀다. 최 분회장은 “산업 전환 속에 자생력이 없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은 그냥 쓰러진다”며 “특히 2·3차 작은 하청업체가 몰려 있는 우리 시화·반월 공단에서 사회적 기금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한국와이퍼 사례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다이셀코리아 등 외투 자본의 ‘먹튀 청산’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고용기금이라는 하나의 해법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돈문 가톨릭대 명예교수는 한겨레에 “고용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노사가 합의로 기금을 이뤘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나원준 경북대 교수(경제학)는 “(외투 기업 청산과 해고라는) 비슷한 문제가 있을 때마다, 개별 보상으로 해결해왔다”며 “혜택만 있고 의무는 없는 외투 자본에 고용기금을 통해 사회적 의무를 지게 하는 방안 등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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