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교도 외국인 유학생 유치… 김천高서 내년 16명 받기로

김천/윤상진 기자 2023. 8. 2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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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 인구 감소 대응… 국내 첫 사례

경북 김천시 김천고가 내년부터 외국인 신입생 16명을 받아 정규 고교 과정 교육을 진행한다. 국내 고교에 외국인 학생이 개별적으로 입학하거나 단체로 편입한 경우는 있었지만, 저출생 위기에 대응해 지방 고교가 신입생 10여 명을 정식으로 입학시키고 국내 대학 진학을 목표로 교육하는 것은 처음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각 대학이 외국인 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움직임이 고교까지 확산하는 것이다.

내년부터 국내 대학 진학을 목표로 외국인 신입생들이 입학하는 경북 김천시 김천고./김천고 제공

김천고는 “중국 8명, 베트남 7명, 캄보디아 1명 등 총 16명의 외국인 유학생을 선발해 내년 3월부터 3년간 한국 학생들과 함께 교육한다”고 21일 밝혔다. 이 학교의 신입생 입학 정원(240명)의 약 7%를 외국인 학생이 차지하는 셈이다.

김천고는 지난해부터 해외 유학생 유치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면학 분위기와 입시 실적이 좋아 당장 학생 충원에 큰 문제가 없지만, ‘인구 절벽’이 본격화하면 폐교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고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동문들도 “학교 명맥을 유지하려면 변화할 수밖에 없다”며 뜻을 모았다.

김천고는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자율형 사립고다. 학생 40%를 경북 지역에서 선발한다. 경북은 전체 시·군 23곳 중 16곳(70%)이 인구 감소 지역에 해당할 정도로 저출생의 직격탄을 맞은 지역이다. 김천시는 인구 감소 지역은 아니지만 ‘관심 지역’에 포함돼 있다. 나영호 김천고 교장은 “최근 경북 지역에서 모집하는 신입생이 미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진영

김천고는 외국인 유학생 신입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국내 대학 진학과 정주(定住)까지 유도해 ‘한국인 만들기’에 나설 방침이다. 경제적 사정이 상대적으로 나은 중국 학생은 자비 유학생으로 받고, 베트남과 캄보디아 학생에겐 학비와 기숙사비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식비와 한국어 교육비 등을 포함해 유학생 한 명당 1년에 1500만원 정도가 필요한데, 학교 재단에서 전액 부담한다. 입학 지원 자격은 베트남 학생의 경우 내신 성적 20% 이내,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 토플 75점 이상 등이다. 한국어는 서툴러도 영어 의사소통이 가능한 학생들을 선발한다고 한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8개 반에 2명씩 배정돼 한국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는다. 첫 학기는 교과 수업 대신 한국어 집중 수업을 시행한다. 학교 인근에 위치한 김천대에서 한국어 과정을 수강하고, 경북교육청에선 한국어 강사를 지원받아 교내 한국어 교습도 이어간다. 졸업할 때까지 한국인에 준하는 수준인 한국어능력시험 6급을 따고, 외국인 학생 전형으로 국내 대학에 진학시키는 것이 목표다.

기숙형 학교인 이곳은 4인 1실 기숙사에 유학생을 한 명 씩 배정하고, 방학 때는 한국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한국 문화와 생활을 체험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이 학교 동문으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 아이디어를 낸 김상근 송설당교육재단 이사장은 “고교 시절에 오는 유학생들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 습득이 빨라 국내 정착 비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유학생 학부모도 함께 입국시키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경북 지역 일자리나 동문 기업에 취직을 연계해 학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부족한 지역 일손에도 보탬이 되겠다는 것이다.

경북교육청은 지난달 태국 교육부, 베트남 하노이교육청 등과 유학생 유치 협약을 맺고 전국에서 처음으로 직업계 고교에 입학할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고 있다. 올해 경주정보고 등 8곳이 학비 전액 지원을 조건으로 유학생 56명을 선발하고, 내년 3월부터 수업을 시작한다. 부산시교육청은 2028년 ‘K팝 특성화고’를 설립하고, 일부 정원을 유학생으로 채우기로 했다. 전남교육청은 외국인으로만 이뤄진 직업 고교 설립을 구상하고 있다.

/김천=윤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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