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신진서… 잉씨배 우승까지 1승 남았다
역시 신진서다. 세계 1인자다운 위용을 완전히 회복했다. 44개월 연속 한국 랭킹 1위 신진서(23)가 잉씨배 한국 석권 전통을 되살리는 데까지 단 1승만 남았다.
21일 중국 상하이시 순커 별장에서 막을 올린 제9회 잉창치(應昌期)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 결승 3번기 1국서 신진서가 동갑내기 셰커(謝科·중국 21위)를 253수 만에 흑 불계로 돌려세웠다.
흐름이 순탄하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90수 언저리까지 주도권을 쥐었던 신진서는 우변 흑 타개 과정에서 행마가 꼬이며 처음 리드를 내주었다. 하지만 셰커는 여기서 낙관 무드에 빠진 듯 서너 차례 완착을 범했고, 신진서는 틈을 놓치지 않고 재역전에 성공했다.
승리 후 신진서는 “어려운 바둑이었는데 상대가 느슨하게 두어 이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또 “얼마 전 란커배 결승서 1승 후 2연패로 역전당한 적이 있다. 내일은 잘 쉬면서 컨디션을 조절할 생각”이라고 했다.
신진서는 상대적으로 승률이 떨어지는 흑번을 고른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만약 1국을 지더라도 2국을 백으로 둘 수 있다는 생각에 시도했다”고 했다. 잉씨 룰은 흑에게 8점의 높은 덤을 부과한다(비기면 흑 승).
이미 네 번이나 메이저봉에 오른 신진서는 노련미와 형세 판단 능력에서 셰커를 압도했다. 재작년 4회 몽백합배 때 한 번 메이저 준우승이 최고 성적인 셰커는 갈수록 집 차가 불어나자 돌을 거뒀다. 신진서는 2019년 리민배(신예세계대회) 서 당한 패배를 갚으며 상대 전적 1대1을 만들었다.
이날 승리로 신진서는 23, 24일로 잡혀 있는 결승 2, 3국 중 한 판만 더 이기면 다섯 번째 메이저 왕관을 머리에 쓰게 된다. 지금까지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두 차례와 춘란배, 삼성화재배 각 한 차례씩 우승했다. 현재 삼성화재배 보유자인 신진서가 잉씨배도 잡으면 유일한 현역 2관왕에 오른다.
잉씨배와 한국 바둑의 인연을 복원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국은 1988년 원년 대회 우승자 조훈현을 필두로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가 1~4회를 석권했다. 이후 중국 창하오를 거쳐 최철한이 6대 챔프에 올랐으나 최근 2개 대회를 중국(판팅위·탕웨이싱)에게 내주었다. 신진서가 1승만 더 하면 잉씨배는 다시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
이번 대회는 2000년대 출생자끼리 결승을 치른 최초의 메이저 대회로 기록됐다. 2000년대 메이저 챔피언은 신진서와 딩하오(LG배 우승자) 등 단 2명뿐이다.
잉씨배는 ‘바둑 올림픽’이란 애칭도 갖고 있다. 코로나 사태 등으로 주기가 들쭉날쭉해졌지만 4년 간격으로 열려 붙은 별명이다. 신진서는 다음 달 열리는 ‘진짜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의 주력 멤버다. 우승 상금 40만달러(약 5억3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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