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헌법보다 신을 받든 주 대법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003년 8월 22일 미국 앨라배마 주 대법원장 로이 무어(Roy Moore, 1947~)가 해고됐다.
순회법원 판사 시절부터 십계명 명판을 자기 재판정에 걸어 논란을 일으키던 그는 2000년 대법관이 되자 독단적으로 저 기념비를 주문 제작했다.
그리고 2015년 연방법원의 동성혼 법제화 판결을 무시하고 하급 법원 판사들에게 "주 대법원의 추가 결정이 있을 때까지 동성 커플에 대한 결혼증명서 발급을 금지"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03년 8월 22일 미국 앨라배마 주 대법원장 로이 무어(Roy Moore, 1947~)가 해고됐다. 그가 법원 로비에 설치한 2.3톤 화강암 십계명 기념비가 화근이었다.
순회법원 판사 시절부터 십계명 명판을 자기 재판정에 걸어 논란을 일으키던 그는 2000년 대법관이 되자 독단적으로 저 기념비를 주문 제작했다. 이듬해 기념비 제막식에서 그는 “나라와 우리의 법을 세우신 하나님을 인정하라는 외침이 땅 전체에 퍼졌다. 오늘이 우리 국민에게 법의 도덕적 기초가 회복되고 이 땅이 하나님의 지혜로 돌아가는 날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 지부 등이 소송을 걸었고 2002년 11월 연방지방법원은 기념비가 수정헌법 1조(종교 표현의 자유) 위반이라며 이듬해 8월 20일까지 철거하도록 판결했다. 그는 불복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양심과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고 “법과 국가의 기반인 하나님을 결코 부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주 사법윤리위원회는 그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사실상 해임이었다.
무어는 2012년 선거로 다시 주 대법관이 됐다. 그리고 2015년 연방법원의 동성혼 법제화 판결을 무시하고 하급 법원 판사들에게 “주 대법원의 추가 결정이 있을 때까지 동성 커플에 대한 결혼증명서 발급을 금지”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는 직권남용 등 혐의로 다시 기소됐고, 자동 정직됐다.
동성애를 불법화해야 하며 무슬림이 의회 의원이 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극우 기독교인인 그는 2017년 공화당 주 상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상습 성폭력 의혹이 불거지면서 낙마했다. 고소인 9명 중 3명은 각각 14세와 16세 28세 때 무어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연애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성폭력 혐의는 부인했고, 고소인 일부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걸었다.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올여름 휴가철 유럽은 ‘미친 바가지’ 전쟁 중
- 손연재 임신 고백, "딸 낳으면 리듬체조 시키고 싶진 않아"
- 학원에 '킬러문항' 팔아 돈벌이?... 5억 번 교사 포함 297명 자진신고
- '탈북청소년 성추행' 유명 목사 구속… "증거인멸 염려"
- 안성훈 "무명 시절 母와 구더기 밥→새 집 마련에 눈물" ('명곡제작소')
- 한동훈, 이재명 직격... "본인 수사 도중 몇 분이나 돌아가셨나"
- 치명상 '너클'이 수천원에 택배배송… 흉기로 쓰이는 호신용품
- ‘서울과학고 자퇴’ 영재 백강현군 아버지 “학교는 버티지 못하면 나가라 했다”
- 대통령도 한달째 기침...'그레이 자카르타'에 인도네시아 비상
- "막상 할게 없네요" 썩은 갯벌로 나가는 여수 안포리 주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