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 ‘랩하는 38세 인도계’ 돌풍… 트럼프 대항마로?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2023. 8. 22.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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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
디샌티스 제치고 여론조사 2위
“디샌티스, 집에서 쉬어” - 지난 12일(현지 시각) 아이오와주 주도 디모인의 주 박람회장을 찾은 비벡 라마스와미가 유명 백인 래퍼 에미넘의 히트곡 ‘루스 유어셀프’에 맞춰 랩을 선보이고 있다. 무명 군소 후보로 분류되던 그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잇따라 제치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AP 연합뉴스

‘1강 1중’으로 굳어지던 2024년 미국 대선 공화당 경선 구도가 출렁이고 있다. 50% 안팎 지지율로 1위를 질주하는 도널드 트럼프(77) 전 대통령과 현격한 격차를 보이면서도 안정적으로 2위를 달리던 론 디샌티스(45) 플로리다 주지사의 지지율이 정체된 사이에 군소 후보였던 비벡 라마스와미(38) 전 로이반트 사이언시스 최고경영자(CEO)가 무섭게 치고 올라온 것이다. 라마스와미는 인도계 이민 2세이자 밀레니얼 세대(1980~1990년대생)이고, 기성 정치 경험이 없는 신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라마스와미는 최신 여론조사에서 잇따라 디샌티스를 앞질렀다. 18일(현지 시각) 당내 정치 단체 ‘공화당 메인 스트리트 파트너십(RMSP)’과 여론조사 회사 ‘에셜론 인사이트’가 1017명을 상대로 진행한 공동 여론조사에서 15% 지지율로 디샌티스(12%)를 3%포인트 앞서며 2위를 기록했다. 공화당의 또 다른 단체 ‘정부의 윤리와 정직성’이 여론조사 회사 ‘카플란 스트레티지스’와 15~16일 10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라마스와미는 11%로 디샌티스(10%)를 앞선 2위였다. 디샌티스가 2위인 조사에서도 라마스와미의 상승세는 뚜렷하다. 폭스뉴스가 11~14일 1002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디샌티스는 6월보다 6%포인트 하락한 16%를 기록한 반면, 라마스와미는 6%포인트 오른 11%였다.

라미스와미는 이달 초 공화당 대선 후보 첫 경선 토론회(23일·위스콘신주 밀워키)에 참여하는 8명의 후보로 확정됐다.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최소한 3차례 1% 이상 지지율을 확보하고, 20주에서 기부자 총 4만명 확보 등의 요건을 충족했다. 그럼에도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 대사,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팀 스콧 상원 의원 등 쟁쟁한 기성 정치인들 사이에 가려 군소 후보로 분류됐다. 하지만 지금은 트럼프의 대항마로 각광받던 디샌티스까지 앞지르며 깜짝 스타로 떠오른 모습이다.

헤일리와 마찬가지로 인도 출신 이민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그는 정치 입문 전까지 성공한 바이오 사업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였지만 전국적 지명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그가 창업한 제약사 ‘로이반트 사이언시스’는 2017년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에게서 11억달러(약 1조4740억원)를 투자받았다. 기업인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던 그가 2021년 펴낸 책 ‘워크 주식회사(Woke Inc.)’가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은 진보층의 이념 과잉이 기업 운영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비판했다. ‘워크’는 ‘깨어 있는’이라는 뜻으로, 원래 ‘인종·성별 등 사회적 불평등 문제에 깨어 있다’는 의미로 쓰였으나, 최근에는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하는 사람들을 경멸하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2020년 첫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정치에 관심을 갖고, 그해 대선에서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가 됐지만, 정치 경험은 전무하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자신보다 일곱 살 많은 디샌티스에게서 ‘젊은 보수’ 이미지까지 가져오면서 공화당 경선의 새로운 흥행 카드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주류 언론과 활달히 소통하면서 파격적 이미지도 불사하는 전략도 라마스와미의 호감도 상승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NBC는 “경선이 일찍 치러지는 주들을 돌면서 보수 언론과 주류 언론을 모두 끌어안았고, 공화당 대선 경선 어디에나 그가 있는 듯한 전략이 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0~20일 아이오와에서 열린 주 박람회에는 트럼프·디샌티스·펜스 등 공화당 주자들이 총출동했지만, 무대에 올라 유명 백인 래퍼 에미넘의 히트곡 ‘루스 유어셀프’에 맞춰 랩을 선보인 라마스와미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디샌티스는 ‘트럼프보다 젊고 유능한 후보’란 이미지를 추구해 왔는데, 명문대를 졸업한 성공한 기업인 출신 라마스와미가 그 입지를 잠식하면서 고학력 공화당원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는 분석이다.

디샌티스의 위기는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디샌티스의 선거 전략에 대해 “전국 단위 주류 언론을 비판하며 우호적인 소수 언론과 주로 소통해 왔는데, 이런 전략이 주지사 선거에서는 통했을지 몰라도 대선에서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디샌티스가 주류 언론과 접촉하지 않는 동안 주류 언론에는 디샌티스의 정책을 비판하거나 그 선거본부의 혼란상을 전하는 기사들만 계속 실렸고, 이런 것들이 디샌티스의 이미지를 규정했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선임고문을 지낸 정치 전략가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CNN에 “그는 (지난 5월) 출마 선언 뒤 계속 가라앉고 있으며 트럼프의 주요 대항마란 차별성마저 잃어버릴 위험 속에 있다”고 말했다. 23일 열릴 공화당 첫 대선 경선 토론은 디샌티스와 라마스와미의 대결이 될 전망이다. ‘1강’ 트럼프는 공화당 최종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 서약을 해야 한다는 토론 참가 규정을 문제 삼아 불참 의사를 밝혔다.

☞비벡 라마스와미

1985년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인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하버드대 생물학과를 수석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헤지펀드 회사에서 근무했다. 이후 바이오테크 기업인 로이반트 사이언시스를 창업했고 자체 개발한 약품 5종이 식품안전의약국(FDA) 승인을 받는 등 성공한 바이오 기업가로 주목받았다. 2022년에는 블랙록이나 뱅가드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투자자 뜻에 반해 환경이나 사회 분야에 돈을 쓰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스트라이브’라는 자산운용사도 창업했다. 오하이오주립대 의대 교수이자 외과 의사인 부인 아푸르바와의 사이에 아들 둘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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