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에도 갔던 달… 지금은 왜 줄줄이 착륙 실패할까
달의 남극으로 향하던 러시아 무인 탐사선 ‘루나 25호’가 착륙 이틀 전 궤도를 이탈해 달 표면에 충돌했다. 소련 시절 인류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하며 우주 탐사 선봉에 섰던 러시아가 지난 2019년 중국이 성공한 달 착륙에 실패한 것이다. 루나 25호는 달 남극 보구슬라우스키 크레이터 북쪽에 착륙해 1년간 달 내부 구조와 자원 탐사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었다.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 시각) “이번 실패는 냉전 시대 이후 러시아의 우주 기술이 쇠퇴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달 탐사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은 지구에서 로켓을 발사하는 과정과 달에 착륙하는 순간이 꼽힌다. 우주 발사체 기술에 많은 투자가 이어지며 발사 성공률은 높아졌지만 달 착륙은 기술적 장벽이 낮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달 탐사에 나선 이스라엘과 일본, 인도는 모두 발사 후 달 궤도에 오르는 데 성공했지만 착륙에 실패했다. 인도가 지난 8월 발사한 ‘찬드라얀 3호’는 23일 달 남극 착륙에 재도전한다.
◇관건은 ‘달 표면 연착륙’
과거 미국 아폴로 착륙선들은 모두 평지가 많은 ‘달의 앞면’에 착륙했다. 우주 탐사 경쟁을 벌이던 소련보다 먼저 달 표면에 사람을 보내는 게 시급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탐사선 접근이 쉬운 지역을 고른 것이다. 하지만 50여 년 만에 달 탐사를 재개하면서 세계 각국은 탐사 난도가 높은 달의 뒷면과 남극을 향하고 있다. 자원 채굴 등 경제적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최근 탐사가 이어지고 있는 ‘달의 뒷면’은 표면이 울퉁불퉁할뿐더러 태양빛이 닿지 않는 ‘영구 음영 지역’이 존재해 착륙 공간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특히 달의 남극은 아직 인류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다. 달의 남극은 크레이터(분화구)가 많아, 달에서도 가장 험준한 곳이다.
달의 남극은 달에서 가장 탐사선이 착륙하기 까다로운 지역이다. 운석이 달 표면에 수시로 충돌하며 생긴 미세 먼지 탓에 시야 확보가 어렵다. 달에는 공기저항이 없어 착륙 속도를 제대로 조정하지 않으면 자유낙하로 인해 달 표면과 충돌하게 된다. 이 때문에 달 지표를 향해 레이저를 쏜 뒤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으로 고도를 계산해야 한다. 하지만 이 ‘레이저 고도계’ 방식은 미국, 유럽 등 우주 선진국에서도 아직 개발이 끝나지 않은 초기 단계에 있다. 일각에선 “미국도 달 남극에 무사히 착륙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 4월 달 착륙을 시도했던 일본 탐사선도 고도 계산 오류로 추락했다.
남극으로 들어가는 탐사선은 지구와의 거리 때문에 통신 지연이 발생해 실시간 조종도 불가능하다. 특히 달의 남극은 지구와의 직접 교신이 불가능하고, 궤도선 등을 활용한 중계통신만 가능해 통신이 더 지연된다. 속도를 늦췄다 해도 끝이 아니다. 달 표면 가까이에서 역추진하면 정전기를 발생시키는 월면토에 뒤덮일 수 있기 때문에 고도 5m 정도에서 엔진을 끈 뒤 떨어지듯 착륙해야 한다. 정전기는 착륙선 하드웨어 고장의 원인이 된다.
천이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우주탐사체계설계부장은 “지구에서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을 회수하는 과정은 착륙 지점에 정확한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고도나 속도 계산이 가능하다”면서 “반면 달에는 착륙 가이드 장치가 없어 지구보다 몇 배나 어렵다”고 했다.
◇우주 기술 쇠퇴한 러시아
1966년 인류 최초로 무인 달 착륙에 성공했던 러시아가 57년이 지난 뒤 실패한 것은 러시아의 우주 기술이 후퇴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냉전 시대가 끝난 뒤 러시아는 달 같은 천체 탐사 대신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위성 발사나 우주정거장 등에 투자해왔다. 최근 우주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며 달 탐사에 다시 뛰어들었지만 그동안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우주 업계 관계자는 “과거의 우주 개발은 기록보다는 과학자 자체가 노하우였다”면서 “시간이 흐르면서 달탐사에 경험이 있는 과학자들이 사라진 것도 러시아 경쟁력 약화의 원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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