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흉악 범죄 위험 ‘은둔형 외톨이’ 사회 전체 문제로 논의를

조선일보 2023. 8. 22.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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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사건을 저지른 서른 살 최모씨는 사회와 단절된 이른바 ‘은둔형 외톨이’였다. 부모와 함께 거주했지만 일정한 직업 없이 집 근처 PC방 여러 곳에서 하루에 많게는 6시간 넘게 게임을 했고, 이 중 한 곳에선 약 2년 동안 570시간 넘게 게임을 했다고 한다. 친구로 추정되는 인물과 통화한 기록은 드물고, 통화 기록 거의 전부가 음식점에서 배달을 시켜 먹은 것이었다.

지난 5월 과외 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정유정도 이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부모와 오래전 떨어져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정유정은 고교 졸업 후 특별한 직업 없이 5년간 무직으로 지냈다. 그의 휴대전화 속에는 단 한 명의 친구 이름이나 통화 내역이 없었다고 한다. 대신 영화와 TV 범죄물에 심취했다. 그러다 “살인 충동을 느껴 실제 살인을 해보고 싶었다”고 자백했다. 은둔형 외톨이 생활이 사이코패스 성향을 강화시키고 결국 흉악 범죄로 이어진 것이다.

신림동 등산로에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30대 최모씨가 19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관악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3.8.1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우리 사회 은둔 청년이 2021년 기준 53만8000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2019년 33만4000명에서 코로나를 거치며 20만명 늘었다고 한다. 은둔형 외톨이는 취업 실패, 학업 중단 등으로 사회적 시선이 힘들어 숨은 사람들이다. 다양한 형태를 보이기 때문에 이들을 모두 흉악 범죄와 결부시켜 낙인찍어선 안 된다. 하지만 사회적 고립이 길어지면 정신 건강이 악화되고 ‘성폭행 사건’이나 ‘정유정 사건’처럼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 전체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는 최근 흉악 범죄가 잇따르자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고, 중증 정신 질환자는 판사가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사법 입원제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대책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은둔형 외톨이와 흉악 범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자칫하면 이들을 더 숨어들게 해 고립 상태를 심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일본의 경우 은둔형 외톨이들의 흉악 범죄가 사회 문제가 되자 이들의 사회 참가를 촉진하는 대책을 함께 마련했다. 일부 지역에선 온라인 메신저를 활용해 온라인 상담 창구를 운영 중이다. 우리도 은둔형 외톨이들이 사회와 관계의 끈을 만들 수 있도록 보살펴 주는 방안도 함께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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