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팁 문화

이은정 기자 2023. 8. 2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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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미국 패키지 여행을 갔을 때다.

이처럼 미국 캐나다 등 외국 여행에서 낯선 팁 문화 때문에 당황스러웠던 경험은 누구나 있지 싶다.

팁은 음식점이나 호텔 등에서 서비스를 제공해 준 직원에게 감사의 의미로 돈을 주는 문화다.

코로나19사태를 거치면서 미국에서 팁 문화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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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미국 패키지 여행을 갔을 때다. 본인이 음식을 덜어 먹는 뷔페식 식당을 방문했다. 가이드는 식사 후 소정의 팁을 두고 나오라고 했다. 특별한 서비스를 받은 것도 없었는데 팁을 내라고 하니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이처럼 미국 캐나다 등 외국 여행에서 낯선 팁 문화 때문에 당황스러웠던 경험은 누구나 있지 싶다.


팁은 음식점이나 호텔 등에서 서비스를 제공해 준 직원에게 감사의 의미로 돈을 주는 문화다. 팁 문화의 정확한 유래는 불확실하지만 16세기 유럽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상류층인 귀족이 하인에게 호의를 베풀던 관습이 미국으로 건너가 남북전쟁 이후 일반화됐다고 한다. 노예였던 흑인들이 해방돼 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팁 문화가 널리 퍼졌다. 이들에게 낮은 임금을 주는 대신 팁에 의존하게 한 것이다. 현재 외식업이나 숙박업 일부 직종은 팁을 받는다는 전제하에 최저임금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코로나19사태를 거치면서 미국에서 팁 문화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터치스크린이 장착된 디지털 계산대와 결제 앱이 일반화됐다. 사업자는 결제 화면에서 팁 금액을 자율적으로 설정할 수 있게 됐다. 배달앱으로 주문할 때 총 가격의 15~20%를 팁으로 내거나 매장 키오스크에서 주문할 때 팁을 선택하도록 한 곳이 많다. 최저임금을 보장받는 일부 직원이나 기계에 팁을 줘야 하는지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물가에 비례해 팁 금액이 오르면서 ‘팁플레이션’이라는 말도 생겼다고 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팁 문화 도입이 쟁점이 되고 있다. 카카오T가 택시 서비스 개선을 유도한다며 기사에게 ‘감사 팁’을 주는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 것이다. 호출한 택시로 목적지에 도착한 뒤 별점 5점을 선택하면 1000~2000원까지 팁을 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기본요금 인상에도 택시 서비스 질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팁에 대한 반감이 크다. 이에 앞서 부산 유명 카페에서 ‘팁 박스’라고 쓰인 병을 계산대에 두고 팁을 요구해 비난받았다. 이는 팁 문화 확산을 부담스러워하는 여론이 많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내 여론조사 플랫폼 더폴이 최근 2만2203명에게 팁 제도 도입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매우 부정적(37.95%) 약간 부정적(23.08%) 등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호의로 시작된 팁 문화가 의무처럼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때문이다. 최저임금이 보장된 우리 사회에 팁 문화가 확산하는 게 과연 맞는지 의문이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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