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반도체 기업 투자 올해 16% 줄어

세계 반도체 10대 기업의 투자액이 지난 2019년 이후 4년 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1일 삼성·SK하이닉스(이상 한국)·TSMC(대만)·인텔·마이크론(이상 미국) 등 주요 10대 반도체 기업의 투자 계획을 분석한 결과 올해 전체 투자 금액이 전년 대비 16% 감소한 1200억달러(약 161조원)가 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감소 폭은 지난 10년 사이 가장 크다. 닛케이는 “미국과 일본, 유럽 등 각국 정부의 반도체 공장 투자 유치가 확대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중국 경제 둔화, 업황 부진에 대한 우려로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기업의 투자가 크게 줄어든 데에는 최대 수요처인 IT 업계 불황의 영향이 크다. 스마트폰·PC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설비에 대한 투자가 전년 대비 44% 떨어져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고, 데이터 센터용 CPU(중앙 처리 장치) 칩 투자도 14% 줄었다. 전년 대비 투자 규모가 줄어든 기업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인텔, TSMC, 글로벌파운드리,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 등 6곳이다.

업계에선 “2~3년 전에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미·중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각국 기업들이 생산 설비 강화 차원에서 예년보다 투자를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반도체 투자가 집행됐는데 이와 동시에 경기 둔화가 시작되면서 반도체 재고가 쌓였고, 그 결과 올 들어 기업들이 투자를 줄였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재고는 전년 동기 대비 10% 늘어났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아직 반도체 기업들의 감산 효과가 본격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전기차, AI 성장으로 첨단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하반기부터 반도체 산업 회복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