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재난과 더 좋은 민주주의

경기일보 2023. 8.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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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상 수원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더욱 빈번해진 기후재난은 해당 지역과 도시에 물리적으로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주고 있다. 더욱 강력해진 이상 기후가 앞으로 자주 반복될 것이라는 과학적 예측은 심리적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압박감을 주고 있다.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불안감은 내일에 대한 공포 그 자체다. 이 재난들은 부자와 가난한 나라들을 차별하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각 나라와 도시, 마을들이 재난을 견디고 극복하는 힘은 큰 차이가 있다. 아직은 그렇다.

당장 피해자들을 구출하고 생존을 위한 물품을 조달하고 전달하는 일조차 그 나라의 사회·경제적 자원 동원과 생산 능력에 비례한다. 일상 복귀를 위한 피해복구와 생활 지원도 한 나라의 정치와 사회경제적 역량에 좌우된다. 이 같은 능력은 역사적으로 기후 위기를 초래한 주범이라 일컬어지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기후 악당 국가일수록 크고, 그 반대일수록 작은 경향성이 있다. 그만큼 화석연료에 많이 의존해서 발전시켜 온 나라들일수록 그 문명이 축적한 역량을 통해 상대적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구출하고 복구하고 생활을 지원하는데 능하다. 그 반대의 경우도 대체로 성립한다. 이 같은 경향은 한 나라 안에서도 불평등의 단계에서 똑같이 재현된다.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이 적을수록 재난의 피해는 그 책임의 몇 배가 된다. 기후 위기의 역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역설도 결국 능력인가. 그 능력 차가 미래에 어떤 변별력을 가질까. 이 능력 차로 인해 누구는 살아남아 번영하고 누구는 도태될지 알 수 있는 역사적 경험은 있는가? 지금 연속되는 기후재난은 어떤 역사적 경험에도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인류를 포함한 모든 지구 생명체를 밀어 넣고 있는데, 오히려 먼 과거에 기후변화가 초래한 대멸종의 증거들이 기후과학의 연구 결과로 발견되고 있을 뿐이다.

폭염, 폭우, 가뭄, 태풍, 바다 온도 등 모든 기후 현상과 지표들이 연일 최초의 기록들로 경신되고 있다. 재난의 연속에서 아무리 값싼 화석연료를 태우고, 위험한 핵발전 에너지를 마구 사용하더라도 그동안의 선택적 풍요마저도 지속할 수 없다. 기후재난은 이상 기후, 가뭄과 사막화, 경작지와 재배 주기의 상실, 식량과 물 부족, 에너지 위기, 지구적·국가적 불평등의 심화, 기후난민, 지정학적 위기와 자원 전쟁 등의 ‘다른 말’이고, 서로를 증폭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난이 빈번해질 때 가장 절박한 것은 권위주의적 대책과 각자도생을 강요하는 정치체제의 유혹을 이겨내는 것이다. 당장 재난의 증폭을 가라앉힐 수 있는 증명된 대책들을 실천하고, 최고와 최저의 간격을 줄이면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최소화하고, 누구도 도태되지 않을 거라는 공동체의 신뢰에 기반한 기후변화 대책의 실천력을 높일 수 있는 더 좋은 민주주의를 구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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