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미래 사피엔스] [36] 가장 시원한 여름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2023. 8.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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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정말 덥다. 잠깐만 바깥에 나가도 온몸에 땀이 흐를 정도로 습하고 더운 날들이다. 이런 날씨에 야외에서 일해야 하는 이들은 얼마나 힘들까?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더위에 ‘적응된’ 이탈리아 사람들 역시 몇 주 동안 40도가 넘는 여름은 처음이라고 한다. 25도만 넘어도 온 국민이 환호하던 과거 독일의 여름. 이제 매년 35도 넘는 여름을 경험하지만 여전히 에어컨 설치는 거부하고 있다. 더위에 지친 시뻘건 얼굴로 “에어컨은 더운 나라에서만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독일 친구들. ‘더운 나라=가난한 나라’라는 제국주의 시대 믿음이 여전히 남아있는 유럽 역시 어느새 ‘더운 대륙’이 되어버린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언제나 과거가 지금보다 더 좋았다는 착각에 빠져 산다. 하지만 날씨만큼은 정말 그런 듯하다. 과학적 기후 측정 이후 작년 여름이 인류 역사상 가장 더웠고, 올여름은 이미 작년 여름보다 더 덥다. 아마 내년 여름은 올여름보다 더 더울 것이기에, 우리는 어쩌면 남은 우리 생애 중 가장 ‘시원한’ 여름을 지금 이 순간 경험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섬뜩한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과학은 완벽하지 않다. 아니 완벽할 수도 없고, 완벽함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과학은 언제나 인류의 최선일 뿐이다. 그 어느 직관, 믿음, 이념, 그리고 인터넷 ‘짤’보다도 그나마 정확한 예측과 설명을 가능하게 하기에 우리는 과학과 기술을 사용해 다리를 짓고 비행기를 만드는 것이다. 공학 교과서적 전문 지식이 아닌 일반인 인터넷 블로그와 유튜브 동영상을 기반으로 만든 비행기에 사랑하는 가족을 태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궁금해진다. 지난 수년 동안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예측한 과학자들의 경고에 보여준 사회의 반응은 왜 대부분 외면, 무시, 부정 그리고 음모론이었을까?

기후변화가 더 이상 예측이 아닌 현실이 되어버린 2023년. 과학과 사실보다 이념과 소문을 더 신뢰하는 인류에게 진정한 미래가 있을지 고민하게 되는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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