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영남의 악수법, 수도권의 악수법
국민의힘에는 “영남과 수도권 출신 정치인은 악수하는 법도 다르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공천=당선’인 영남 텃밭의 정치인들은 유권자를 만나도 ‘영혼 없는 악수’를 하지만, 험지인 수도권의 정치인들은 간절하게 악수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악력만으로도 지역을 구별할 정도라는 것이다. 현재 전체 지역구 의석 절반에 달하는 수도권 120석 중 국민의힘 의석은 17석이다. 반면 영남 의석은 56석으로 국힘 지역구 의석 전체의 63%다.
내년 총선을 8개월 앞둔 이달 초 인천을 지역구로 둔 국힘 윤상현 의원은 “영남 중심의 지도부는 수도권 민심을 잘 못 느낀다”며 ‘집권당의 현주소’라는 글을 올렸다. “당이 존재감이 없다” “대통령과 장관만 보이고 우리 당과 당대표는 안 보인다” “집권당이 대통령실 대변인 수준으로 위상과 존재감이 낮아졌다”는 내용이다. 당 지도부가 수도권 민심에 경각심을 갖고 총선을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었는데, 사실 이 같은 윤 의원의 발언은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이야기였다. 지난 3월 김기현 대표 체제 출범 이래 국힘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국힘 이철규 사무총장은 이런 주장들을 겨냥한 듯 “같이 배를 타고 나가는 사람들이 그러면 안 된다”고 했다. 당을 폄훼·모욕·조롱하는 ‘해당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역시 이 사무총장이 몇 달째 반복하고 있는 이야기다. ‘원팀’과 단일 대오 강조는 김기현 지도부의 일관된 기조였다. 사실 ‘내부 총질’ 논란이 불거지며 이준석 전 대표의 징계가 있었던 현 정권 출범 초기부터 반복돼 온 이야기이기도 하다.
문제는 별반 새로울 것 없는 윤 의원과 이 사무총장의 발언이 내년 공천과 맞물려 정치권 이목을 끌 정도로 현재 국힘이 주도하는 별다른 이슈가 없다는 점이다. 김기현 대표 측은 “당이 무기력하고 역동성이 없다”는 반복된 지적에 “그만큼 내부 분열이나 구설 없이 당이 안정화됐다는 방증”이라고 반박해 왔다. 당의 잡음을 없애고 안정화 작업을 마쳤으니 총선까지 외연 확장에 나서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체 63%인 영남 의원들의 소셜미디어를 가만히 보면 지도부 말처럼 당이 안정화됐을지는 몰라도 전투력이나 투지 역시 함께 잃은 느낌이다. 모두 여의도는 뒤로한 채 지역 시장에서 상인들과 악수를 하거나 동네 축구회에 참석해 마이크를 잡고 축사 사진을 찍기에만 바쁜 모습이다.
이들이 당내 경선을 대비해 지역구 텃밭 다지기에만 매몰돼 있다 보니, 중앙 정치는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독무대처럼 느껴지는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오로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만 반사 이익을 기대오다 보니 “이재명이 진짜 구속되면 총선을 어떻게 치르느냐”는 걱정이 벌써부터 나오는 게 국민의힘의 현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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