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선진경제, 선진시장
선진시장은 제도개선 의지 필요
안전장치 제거에 불안감 있지만
외국 자본의 좋은 활동처 된다면
우리 기업도 최고의 금융 누릴 것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은 ‘선진경제’ 국가다. 선진경제란 고도의 산업 및 경제 발전을 이룬 국가로서 국민의 삶의 질이 양호한 경제를 의미한다.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이 분류한 선진경제 42개국뿐만 아니라 세계은행 분류의 고소득국가 82개국, ‘선진국 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8개 회원국에도 포함된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는 북미와 유럽 외에 이스라엘, 일본,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한국을 발달된 경제로 본다. 속속들이 선진국은 아닌 게 도처에서 드러나지만 물질적 풍요만 놓고 보면 부정하기 어려운, 분명한 선진경제 국가다.
그러나 한국이 ‘선진시장’인지에는 답이 엇갈린다. 선진시장이란 경제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이 선진화된 국가를 말한다. 자본시장은 주로 기업들이 은행을 거치지 않고 대중에게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시장이므로, 자본시장이 발달돼 있으면 금융의 정수를 실물 경제가 누리고 대중이 금융을 통해 자산을 증식할 기회가 커진다.
선진시장으로 분류되는 데는 특히 외국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인지가 중요하다. 선진시장 여부를 판단하는 기관 역시 투자자에게 경제와 시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회사들인데, FTSE 러셀(FTSE Russell)과 MSCI Inc.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은 선진시장의 경계선에 걸려 있다. 소득이 높은 국가일 것이 기본 전제이기 때문에 선진경제보다 좁은 범위의 국가가 선진시장에 들어갈 수 있다. 한국은 FTSE 선진시장에는 2009년 편입에 성공해 26개국 중 한 나라가 됐지만, MSCI의 선진시장 23개국에는 제외돼 있다. 다른 결과들을 보면 미국 S&P의 선진시장 분류(25개국)에는 들어가지만 유럽 STOXX(23개국)에는 빠져 있다. 이들의 국가 목록을 비교하면 한국은 24~25위 정도로 룩셈부르크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6월 MSCI가 한국을 선진시장에 추가하지 않고 신흥시장으로 유지한 결과가 공개될 때 증권업계에서 아쉬움과 기대감이 표출된 것을 보면 선진시장 편입에 분명한 이점이 있고 한국이 꽤나 근접했다는 것이 나타난다.
그러나 선진시장에 꼭 들어가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선진경제는 경제가 성장한 결과 저절로 된 측면이 있다면 선진시장은 정부가 의지를 갖고 제도 개선을 해야 하는 부분이 크다. 우리나라는 특히 1996년 OECD에 가입하기 전 주식시장 개방 같은 금융자유화 조치를 취했는데 1997년 외환위기를 맞은 기억이 있다. 더구나 외국 투자자가 활동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야 선진시장이 된다면 그들에게는 걸림돌이지만 우리에게는 과속방지턱과 같은 안전장치를 제거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불안할 수도 있다.
예컨대 원화와 미 달러화 간 거래가 현재는 서울외환시장에서만 이뤄지고 시장 참여에도 제한이 있다. 수출 비중이 큰 나라여서 환율 변동에 예민하다 보니 우리가 자는 동안 환율에 이상한 움직임이 있을까 봐 막아둔 것이다. 그러나 원화가 시차에 구애되지 않고 뉴욕이나 런던, 싱가포르 같은 외환시장에서 거래가 돼야 세계 자본시장에 진정하게 끼어들 수 있다. 공매도 정상화 같은 사안은 심지어 정치적인 고려까지 요구된다. 주로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팔고, 실제로 떨어지면 주식을 싸게 사서 갚는 공매도는 제도상 허용과 금지가 반복돼 왔다.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떨어진다는 여론과 이 여론을 의식한 정치권의 압력 때문이다.
선진시장 진입에는 위험이 따르지만 도약을 위해 감수해야 할 위험이라고 본다. 다행히 제도적 개선 방안이 다양하게 진행 중이고 보완책도 마련되며 나아가고 있다. 어려운 점은 선진시장이 돼야 한다는 확고한 여론을 등에 업지 못해 제도 개선의 걸림돌에 주춤거린다는 것이다. 선진시장에 포함되면 국내에 순유입되는 투자 자금 규모가 매우 커지고, 이미 경험한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시장 변동성은 오히려 줄어든다고 한다. 하지만 큰 그림에서 진짜 이점은 외국 자본의 더 좋은 활동처가 되면 우리 기업들이 더 단단해지고 국내 투자자도 덩달아 이득을 얻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을 갖춘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금융도 누리게 될 날을 기대한다.
▶ 클래식과 미술의 모든 것 '아르떼'에서 확인하세요
▶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시진핑이 중국을 나락으로 몰고 있다"…다급해진 中 결국은
- "어떻게 모은 돈인데"…460억 날린 조합원 수백명 '피눈물'
- "세계 최초 개발" HBM 선수 친 하이닉스…삼성, 허 찔렸다
- "매일 용돈 준다고?" 앱테크족도 깜짝…'파격 전략' 꺼낸 인뱅
- "이러다 다 죽습니다"…'메이드 인 코리아' 화장지의 비밀
- 월드컵 우승하자…女선수에 '강제 키스'한 축협회장 논란
- 항의글 3000개 쏟아지자…피프티피프티 영상 내린 '그알'
- '성추행 피해' DJ소다 日공연 기획사, 관객 3명 형사 고발
- '왕위계승 서열 1위' 스페인 공주, 군대 갔다…"軍 경력 있어야"
- "이정재의 '멋진 차' 결국 폐기처분"…어느 대표의 탄식 [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