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도사' 류현진, 토론토가 1년 2개월이나 그를 기다린 이유
다시 부활한 코리안 몬스터, 진정한 야구도사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류현진(36)은 KBO리그 시절부터 '괴물'로 불렸다. 신인 시절부터 빼어난 실력과 배짱을 두루 갖춰 그런 별명을 얻었다. 흡사 스펀지처럼 새로운 기술과 경기 운영 능력을 잘 흡수했다. 전매특허가 된 체인지업도 배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전에서 활용하며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S)에 진출한 이후에도 '괴물 모드'를 발휘했다. 새로운 환경에서도 자신만의 강점을 잘 살리며 살아 남았다. 부상의 덫에 여러 차례 걸렸지만 잘 극복해내며 '코리안 몬스터'의 명성을 이어갔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쓰러졌을 때는 '이젠 부활이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기우였다. 1년 2개월의 긴 터널을 빠져나와 또다시 부활 찬가를 부르고 있다.
물론 구속과 구위는 예전 수준에 못 미친다. 하지만 이제 경험과 관록을 던진다. 칼날 같은 제구와 절묘한 공 배합으로 상대 타자들을 요리한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느린 수준에 해당하는 패스트볼을 던지지만 이닝을 손쉽게 먹어 치운다. 핀포인트 제구를 바탕으로 노림수에서 앞서며 타자들을 어지럽게 만든다.
야구도사다.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30대 중반에 수술 경력도 여러 번 되는 류현진을 1년 2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기다린 진짜 이유다. 숫자나 기록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대투수'의 존재감을 내뿜기에 기대를 접지 않았다. 이번에 빅리그에 복귀해서는 특히 '커브'가 눈에 띈다. '느림의 미학'을 강조하듯 더 느린 커브를 던진다. 시속 100km가 조금 넘는 커브로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다.
30대 중반 나이에 느린 공을 던지는 류현진의 존재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눈길을 끈다. 시속 160km가 넘는 파이어볼러들이 많은 빅리그에서 류현진 같은 투수가 살아 남는다는 것 자체가 연구 대상으로 비친다. '투수에게는 구속과 구위보다 제구와 커맨드가 더 중요하다'는 기본 진리를 깨닫게 하기에 류현진의 가치는 더 상승한다.
1년 2개월의 기다림을 단 21일 만에 환호로 바꿨다. 류현진은 재활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경기에서 빅리그 복귀전을 치렀다. 5이닝 4실점으로 패전을 떠안았지만 실망하지 않았고, 이후 3경기에서 14이닝 비자책 행진으로 2승을 따냈다. 준비한 대로 스스로를 믿고 자신의 공을 뿌려 부활 찬가를 불렀다.
캐나다 언론들은 류현진의 부활을 반기며 재계약에 대한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야구도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도 그럴 것이 부상으로 1년 2개월이나 집을 비운 30대 중반 투수가 느린 공을 가지고 빅리그 타자들을 농락하니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쇼타임을 다시 시작했다.
[류현진(위, 중간), 류현진이 21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던진 탈삼진 결정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래픽=심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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