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 자유민주연대의 리더십이 본격화됐다[동아시론/이상환]

이상환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전 한국국제정치학회장 2023. 8. 2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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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데이비드서 3국 간 포괄적 협력의 장 마련
韓, 美日 파트너이자 신국제질서의 지도국 부상
이익 극대화하며 북-중-러 향한 전략적 사고 필요
이상환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전 한국국제정치학회장
한미일 정상이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역사적 만남을 가졌다. 3국 정상이 정상회의만을 위해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새로운 한미일 협력 시대가 열린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고 세계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3국의 안보 협력체, 나아가 포괄적 이슈 협의체가 탄생한 것이다.

이번 회의 결과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정신’ 그리고 ‘3자 협의 공약’이 문서화되었다.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이 한미일 안보협력으로 진전되고 포괄적인 이슈에 있어 3국의 공조를 제도화하는 협의체가 구축되어 3국 간 포괄적 협력의 장이 마련된 것이다.

2020년대 들어 국제질서는 신냉전의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현상 타파를 통해 자국의 국익과 영향력 강화를 모색해 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속내를 보였고 양안 관계의 위기 고조로 중국의 속셈이 드러났다. 아직은 파국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지배적이나 상황은 불확실하다.

이런 가운데 한미일 3국 정상의 캠프 데이비드 합의는 유럽의 나토를 아시아와 연결하는 안보협력 파트너십인 쿼드(QUAD)·오커스(AUKUS)에 한미일 안보 협력체가 공조하는 블록이 구축됨을 의미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북한이 속앓이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회의에서 3국 정상은 ‘원칙’ 문서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하면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해 3국이 포괄적인 이슈에 공동 대응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는 3국 간 매년 정상회의와 각종 장관급회의 개최 등 관련 정례 협의체 창설을 핵심으로 하는 ‘정신’ 문서와 함께 의미 있는 합의였다.

정상회의에서 주목할 만한 합의는 ‘3자 협의 공약’이다. 이는 안보 분야에서 어느 한 국가에 대한 외부의 위협을 3국 공동 위협으로 인식하기로 한 것으로 3국 간 안보협력의 수준을 끌어올린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해킹 공격에 대비하여 매년 3국 연합훈련을 하기로 하고, 사이버 협력 실무그룹을 신설한 것은 효과성 있는 안보협력 합의이다. 한편 이번 회의의 경제적 성과는 3국이 반도체·배터리 분야에서 공급망 연대와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미래·핵심 신기술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한 데에 있다.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로 한국은 정부 수립 75주년에 미국과 일본의 파트너이자 신국제질서의 지도국으로 부상했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는 ‘자유, 평화, 번영’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독자적인 ‘인태 전략’을 천명해 왔고 글로벌 중추국가(GPS) 역할을 추구해 왔다. 이번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가 가능했던 것은 한일 양자 관계의 개선이며 한국 정부가 주도권을 가지고 한미일 협의체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밑거름 덕분이다. 향후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 기반 위에 한미일 3각 협력의 틀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한일 우호 관계가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유지되어야 한다. 우선 현안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과학적 증거에 근거한 처리로 양국 관계를 해치지 않는 것이 요망된다.

이제 윤석열 정부는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의 외교적 행보를 고민할 시점이다. 3국 정상회의를 통해 위기감을 느낀 북한이 더욱 도발적인 자세로 나올 가능성이 크고, 중국의 한국을 향한 외교도 공세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미 외교적 거리감이 더 커진 상황이다. 북-중-러와의 관계에 있어 윤석열 정부는 한미일 관계를 튼튼히 한 뒤에 이를 토대로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는 사고이다. 특히 한중 관계는 ‘관계 개선’에 앞서 ‘3불(不)1한(限)’ 등 상호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사례의 시정을 통한 ‘관계 정상화’를 모색해야 하는 시기다.

현 시점에서 북-중-러의 공세에 대응하는 우리의 방안은 한미일 협의체 뒤에 숨는 것이 아니라 ‘넥서스(Nexus)’ 혹은 ‘따로 또 같이’ 전략이다. 한미일 3국의 공동 이익을 극대화하면서도 북-중-러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개별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시기이다. 신냉전·탈세계화 시대에 ‘가치 공유’가 안 되는 북-중-러와의 무분별한 ‘이익 공유’는 미래에 한미일 안보 위협을 초래할지 모른다. 가치 공유를 위해 변화를 유도하는 한미일의 압박이 장기적으로 성공할지는 미지수이나 지금 그 길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한미일은 하나가 될 때 더 강하다”라는 캠프 데이비드 공동성명의 말처럼 오늘날 국제사회는 한미일의 자유민주연대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그 중심에 한반도와 대한민국이 있다.

이상환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전 한국국제정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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