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김현수]금리가 올라도 미국 경제는 왜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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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메리 데일리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간담회 현장을 찾았다.
이렇게 금리를 높이면 기업과 가계는 투자와 소비를 줄이고 경제가 위축된다는 것이 상식이다.
고무줄을 팽팽히 당겨도 원래 상태로 돌아오듯 아무리 금리를 올리고 은행 위기가 발발해도 미 경제는 성장하고 있다.
미 경제가 5%대 기준금리를 견디는 것은 잠재성장률 자체가 높아졌기 때문이고 그래서 중립금리도 올랐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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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금리 상승 압박… 환율 불안 韓 살얼음판
“기준금리를 그렇게 올렸는데 경제가 왜 좋은가요?”
데일리 총재는 예상했다는 듯 웃으며 “앞으로 많은 젊은 학자들이 그 답을 찾기 위해 연구를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미 경제학자들도 어리둥절해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현재 미 기준금리는 5.25∼5.50%까지 올랐다. 22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렇게 금리를 높이면 기업과 가계는 투자와 소비를 줄이고 경제가 위축된다는 것이 상식이다. 연준도 올해 말 가벼운 경기침체를 전망한 바 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회복력(resiliency)’이라는 말이 올해의 단어 수준으로 많이 들린다. 고무줄을 팽팽히 당겨도 원래 상태로 돌아오듯 아무리 금리를 올리고 은행 위기가 발발해도 미 경제는 성장하고 있다. 애틀랜타 연은의 올 3분기(7∼9월) 미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무려 5.8%(연율)다. 연준도 지난달 경기침체 전망을 철회했다.
지난해 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TV 자동차 같은 대규모 구매를 미루고 경제적 어려움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소비자들은 코웃음 친다. TV보다 비싼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전미 투어 콘서트 티켓은 매진 행렬이었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경기를 위해 이번 주 뉴욕 일대에 온다. 경기 티켓 값이 1만 달러(약 1341만 원)까지 뛰었다.
미국은 왜 그럴까. 데일리 총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해석했다. 소비자는 팬데믹 기간 미 정부로부터 받은 재난지원금을 집에 갇혀 지내느라 쓰지도 못하고 저축했다. 이제야 콘서트, 축구 경기, 외식, 여행에 폭풍같이 돈을 써서 성장률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에너지 전환으로 투자가 급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의 성장은 한국 경제에 희소식이어야 맞다. 하지만 이 상식도 예전만큼 통하지 않고 있다. 미 소비 광풍은 TV나 스마트폰 대신 콘서트나 숙박비에 집중되고 있다. 물건에서 ‘경험’으로 소비 패턴이 바뀌면 제조업 중심인 한국 수출은 설 자리가 줄어든다.
‘광풍 소비’는 연준의 긴축 장기화를 유도한다. 최근 미 장기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발작하듯 올랐다. 이는 미 월가의 ‘중립금리(R스타)’ 논쟁을 반영한다. 중립금리란 경기를 부양하지도 억제하지도 않는 균형점을 뜻한다. 미 경제가 5%대 기준금리를 견디는 것은 잠재성장률 자체가 높아졌기 때문이고 그래서 중립금리도 올랐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이 경우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2%대)까지 내려가도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금리를 내리진 못한다. 경기(물가)를 과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년 저금리와 ‘진짜 안녕’이라며 미 장기 시장 금리가 치솟은 것이다. 한국 시간으로 24일 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중앙은행 연례심포지엄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뭐라고 진단할지 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미국 경제를 지켜볼수록 답답한 마음이다. 미 경기가 나쁘면 한국 수출 걱정, 좋으면 고금리에 따른 환율 걱정이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 아래서는 이러나저러나 불확실성이 크다. 엎친 데 덮친 꼴로 중국 부동산 위기까지 겹쳤다. 한시도 마음 놓을 수 없는 살얼음판이다.
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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