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이책만은꼭] 기술에도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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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힘은 놀랍다.
기술 덕분에 우리는 산을 깎고, 바다를 메우고, 병을 고치고, 전기를 생성하고, 우주를 여행할 수 있다.
'권력과 진보'(생각의힘 펴냄)에서 대런 아세모글루와 사이먼 존슨 미국 MIT 교수는 이러한 기술 낙관주의, 즉 기술 발전이 사회 진보라는 일종의 집단 망상을 비판한다.
제재 없이 내버려 두면 기술 혜택은 소수에 집중될 뿐, 사회 전체에 거의 공유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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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발전 혜택은 사회전체가 공유해야
‘권력과 진보’(생각의힘 펴냄)에서 대런 아세모글루와 사이먼 존슨 미국 MIT 교수는 이러한 기술 낙관주의, 즉 기술 발전이 사회 진보라는 일종의 집단 망상을 비판한다. 통제 없이 자유롭게 놓아두면, 기술 발전이 노화와 죽음을 정복하고, 환경 오염과 기후 재앙을 해결하며, 만연한 불평등마저 해소해서 인류 번영을 가져오리라는 기대는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물론, 현대의 평범한 시민 대다수는 수백 년 전 귀족들보다 더 풍요롭게 살아간다. 우리는 과거보다 더 건강히, 더 오래, 더 안락하게 살아간다. 기술 발전이 없었다면, 이러한 ‘공유된 번영’은 불가능할 테다. 그러나 기술이 저절로 모두의 번영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제재 없이 내버려 두면 기술 혜택은 소수에 집중될 뿐, 사회 전체에 거의 공유되지 않는다. 저자들에 따르면, “공유된 번영은 기술 진보의 방향과 사회적 이득 분배 방식이 지배층 이익에만 복무하는 제도적 배열에서 멀어졌을 때만 생겨날 수 있다.” 기술이 사회 전체를 이롭게 하는 건 노예 해방, 독점 금지 등 그 혜택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미치도록 강제하는 사회 제도를 쟁취했을 때만 가능했다는 말이다.
가령, 신석기 시대 이래 농업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소수 상류층을 풍요롭게 하고 그 권력을 강화했을 뿐 인구 90%에 달하는 농민들에겐 거의 아무런 혜택도 없었다. 이들은 여전히 굶주린 채 가난과 질병에 시달렸다. 산업혁명도 똑같았다. 19세기 말 시민들이 단결해 투쟁할 때까지 대다수 노동자는 중세 때보다 굶주렸고, 건강은 나빠졌으며, 더 억압적 상황에 빠져들었다. 록펠러 같은 자본가들은 ‘강도 귀족’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현재 우리가 누리는 번영은 자동으로 생기지 않았다. 시민들과 노동자들이 숱한 도전과 희생을 통해 독점기업을 규제하고 해체함으로써 쟁취한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기술 혁신이 공공선을 증진하려면 두 가지 요소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첫째, 기술은 자동화를 통해서 인간을 대체하는 방향보다 인간을 도움으로써 그 역량을 증진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개발해야 한다. 둘째, 기술 발전으로 인한 풍요의 혜택을 사회 전체가 함께 나누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
디지털 정보 기술도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는 기술 낙관주의에 사로잡혀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등의 말에 너무 자주 귀 기울인다. 한낱 기업가에 불과한 그들이 제 주머니를 불리려고 쏟아내는 달콤한 약속, 특히 진보를 위해 대량 기술 실업, 사생활 감시 등의 위험을 무시하라는 가짜 비전에 속아 넘어가곤 한다. 그 결과는 끔찍하다. 이들의 비전은 자동화, 감시, 대량 데이터 수집을 통해서 자신들이 이끄는 거대 기술 기업이 부를 독점하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모두가 공유하려면 부유세 도입, 교육 투자를 통한 인간 역량 강화, 정보 기술 기업의 강제 분할, 사회 안전망 강화가 필요하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어떤 기술도 민주주의의 지배를 받을 때만 사회 진보에 이바지할 수 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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