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4박5일 여행 200만원… 中 단체관광객 돌아올까? [미드나잇 이슈]

김희원 2023. 8. 21.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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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명대 회복…개인여행객으로만 일본 제쳐
단체관광 재개, 10월 ‘국경절’ 연휴 본격화 전망
중국 경기침체 등 영향에 “회복 시간 걸릴 듯”
韓업계 “‘싼맛 여행’ 이미지 벗고 고급화 기회”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이후 6년여 만에 한국 단체관광 문을 열면서 국내 여행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중국 단체관광객은 9월 말부터 본격 입국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중국 경기침체와 국내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이전과 같은 수준의 회복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개인여행만으로도 1위…건재한 ‘유커’ 파워

21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을 찾은 ‘유커’(중국 관광객)는 24만명으로 잠정 집계돼 9개월 만에 일본을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6년만에 전면 허용한 가운데 지난 16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를 중국인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최상수 기자
월별 중국 관광객은 2016년 7월 90만명을 넘겼다가 사드 사태 이후 감소했고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한 2020년 2월 20만명 아래로 추락했다. 한국을 찾는 유커는 개인여행이 재개된 뒤 다시 증가하다가 41개월 만인 지난달 20만명대를 회복했다.

월별 유커 수는 단체관광이 본격화하면 더욱 가파르게 오를 전망이다. 중국문화여유국(관광국)은 지난 10일 한국, 일본, 미국, 터키, 유럽 등 80개국에 대한 단체여행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비자 발급과 업계 준비 등에 시간이 걸려 아직은 중국인 단체 여행객이 방한하지 않고 있지만, 중국 여행사들은 벌써 한국 단체관광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에는 10일 이후 지금까지 8개의 한국 패키지 관광 상품이 올라왔다. 대부분 9월부터 출발하는 상품인데, 이용객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때는 중국 황금연휴인 중추절과 국경절(9월29일∼10월6일)이 될 전망이다.

한국 관광업은 엔데믹으로 접어든 뒤에도 회복이 더뎌 올해 상반기 46억달러의 관광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는 중국 단체관광이 풀리지 않으면 완전한 회복을 기대할수 없다고 지적해 왔다. 

그런데 최근 중국 관광객이 개인 관광만으로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데다 단체관광 빗장까지 열리자 국내에선 관광산업 회복 기대감이 잔뜩 커지고 있다.

서울, 제주, 경기, 전북 등 각 지자체가 유커 유치를 위한 준비를 시작한 가운데 정부도 다음달 초 유커 유치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다음달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열리는 관광박람회에 참여하는 기업, 지자체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지난 12일 인천 연수구 인천항 국제여객부두에 도착한 중국발 국제여객선 ‘뉴골든브릿지 5호’ 승객들이 웃는 모습으로 하선하고 있다. 연합뉴스
◆완전한 회복은 ‘글쎄’…“양질의 경험 제공해야”

업계에서는 그러나 중국 관광객 수가 당장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경제가 청년 취업난, 부동산 경기 침체, 금융 불안 등 총체적 경제 위기를 겪는 상황이라 해외여행 수요가 예전만큼 높지 않을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한국보다 먼저 중국인 단체관광이 허용된 태국도 중국 특수가 기대에 못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지난 2월 단체여행 문이 열린 태국이 중국 관광객 회복에 큰 기대를 걸었는데, 생각만큼 많이 찾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장기간 단체여행이 금지됐고, 현재 중국 경기가 좋지 않은 만큼 당장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한국 여행 경비가 비싸진 것도 유커 유치가 예전처럼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에서 판매 중인 한국 단체여행 상품. 인천공항에서 집결해 4박5일간 서울의 명소와 쇼핑몰, 춘천 남이섬 등을 돌아보는 일정으로 항공료 불포함 8913위안(163만원가량)이다. 여기에 중국 현지에서 인천공항까지의 왕복 항공료와 비자발급 비용을 따로 더하면 200만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씨트립 캡처
현재 씨트립이 소개하는 서울+춘천 4박5일 단체상품을 보면, 21일 현재 기준 성인 1인 8913위안(세금포함·약 163만원)인데, 왕복 항공권과 비자발급 비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항공권까지 포함하면 1인 200만원 전후로 다소 비싼 편이다. 

또 다른 온라인 여행사인 투뉴는 4박5일 서울 반자유여행 상품을 판매한다. 국경절 연휴가 시작되는 9월28일 출발 상품이 8580위안(157만원)이다. 베이징에서 출발하는 왕복 항공권까지 모두 포함된 금액이지만 나흘이 자유여행이기 때문에 개인경비가 많이 발생할 것을 고려하면 역시 1인당 200만원가량이 들 것으로 보인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가이드비, 관광버스 렌트비, 숙박비, 식비, 쇼핑 등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 아무리 비용을 절감해도 예전과 같은 몇 십만원짜리 투어가격이 나올 수 없다”면서 “가격 매리트가 떨어지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예전처럼 유커가 쏟아져 들어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광업계는 이런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고 있다.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여행 상품을 개발해 이용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한국 여행은 싼 맛에 가는 것’이란 이미지를 탈피할 기회로 삼자는 것이다.

여행사 관계자는 “많이만 오면 된다는 생각에 저가의 저품질 상품을 쏟아냈던 여행사들이 한국여행의 이미지를 망쳐왔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업계가 공유하고 있었지만 개선이 쉽지 않았다”면서 “이번 중국 단체관광 재개를 계기로 비싸고 이용객이 적더라도 양질의 여행을 제공하려는 의지를 가진 여행사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예전처럼 저렴한 여행상품에 쇼핑센터 일정을 넣어 매출을 뽑으려고 하는 여행사가 있는지 모니터링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아울러 다음달 중국 대도시에서 열리는 관광박람회를 통해 보다 많은 중국인들이 연휴에 한국을 찾도록 적극 홍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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