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먹여살릴 효자라더니 개미에겐 불효자…“차라리 숏베팅”

김제림 기자(jaelim@mk.co.kr) 2023. 8. 21.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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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부장, 2분기 실적 실망감에 공매도 늘어
티씨케이·원익IPS·솔브레인 공매도비중 상위권
엔비디아의 GPU [로이터 = 연합뉴스]
엔비디아발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 기대로 잠시 반등했던 반도체 부품·장비주들이 수요 부진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에 다시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다 예상치를 훨씬 하회한 2분기 실적에 공매도까지 늘어나고 있어서 당분간 주가 반등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메모리공급업체들의 감산과 장비업체들의 부품 재고 조정 영향이 장기화되면서 3분기 실적 눈높이도 낮춰지고 있는 추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반도체 및 관련장비의 3분기 영업이익은 한달 전에 비해 6.2% 하락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1일~18일 5거래일 동안 총 거래량에 비해 공매도 거래량 비중이 높은 상위 4개 종목에 반도체 소재·장비주인 티씨케이(30.4%), 원익IPS(25.1%), 솔브레인(16.9%)이 들어갔다. 이들 종목의 공매도 비중은 코스닥 전체 평균 0.5%나 SK하이닉스 4.9%에 비하면 매우 높은 편이다.

공매도 투자는 해당 종목의 가격이 하락할 것에 베팅해 주식을 빌린 후 주가가 내려가면 하락한 가격으로 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다. 즉 전체 거래량에 비해 공매도 거래량이 많다면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도체 소재·장비주들의 주가는 2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되면서 하향세를 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및 글로벌 반도체사의 감산 영향이 커지며 이미 실적 눈높이를 보수적으로 낮췄던 증권가의 예상치보다 훨씬 낮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반도체 소재·장비주들은 여전히 업황 개선을 미리 반영한 밸류에이션을 유지하고 있어 공매도의 타겟이 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티씨케이는 메모리반도체 식각공정에서 쓰이는 소모품인 실리콘카바이드링(SiC Ring)생산업체로 2분기에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41% 줄어든 130억원을 기록해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공급 업체들의 감산과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부품 재고 조정 영향이 예상보다 크게 반영됐다”면서 “삼성전자 평택 3공장이 양산을 시작하면 출하량이 증가할 수 있어 이번 분기부터 SiC 수요가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봤다.

반도체 장비주인 원익IPS도 2분기에 영업손실 182억원을 기록해 시장 컨센서스 80억원을 크게 하회했다. 국내 고객사 뿐만 아니라 해외 파운드리 고객사의 주문까지 지연되면서 약 600억원 정도의 매출 인식이 3분기로 이연되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증권가가 전망하는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도 164억원에서 64억원으로 60%나 하락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지연된 매출 인식이 3분기로 넘어오면서 영업이익률도 7.6%로 흑자전환이 예상된다”면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팹 관련해서는 내년쯤 장비 발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반도체 전공정 설비 투자 규모가 내년에도 빠르게 회복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디스플레이 투자 지연 장기화 역시 주가 모멘텀을 제한하는 요소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차세대 패키징을 활용한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을 염두에 둔다면 다음 투자 사이클은 전공정이 아닌 후공정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원익IPS의 주가는 이미 업황 턴어라운드의 프리미엄이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지만 의미 있는 수준의 매출을 달성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식각 공정 과정에 쓰이는 화학재료를 생산하는 솔브레인 역시 2분기에 시장 컨센서스 대비 20% 가량 낮은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솔브레인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한달 전엔 463억원이었는데 최근엔 455억원으로 낮아졌다.

박성홍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고객사들의 가동률 조정 영향으로 전반적인 반도체 소재 수요가 줄어들었는데 낸드플래시 추가 감산으로 연간 실적 저점이 2분기에서 3분기로 늦춰졌다”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동률 회복과 파운드리 모멘텀이 향후 주가 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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