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2' 떡상의 터닝 포인트. 우승 투수 재영입-2군 4할타자 트레이드. 현장과 프런트의 소통이 만든 합작품[SC초점]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KT 위즈의 상승세가 언제부터였을까. 5월말까지 분명히 꼴찌였던 KT가 어느새 2위까지 올라왔다.
이젠 1위 LG의 유일한 대항마라는 말까지 나온다.
설마 설마 하다가 꼴찌로 떨어지더니 반등을 하지 못했던 KT다. 한 달 가까이 꼴찌에 있다보니 야구인들 사이에서는 '아무리 초반에 부진하고 후반에 강했다고 해도 올해는 쉽지 않겠다'라는 말이 많이 나왔고, KT 선수들도 "올해는 다르다"라는 말을 했다고.
기적을 써가고 있는 KT 이강철 감독은 KT가 이렇게까지 상승세를 탈 수 있었던 이유로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와 내야수 이호연의 영입을 꼽았다.
이호연의 영입은 빠르게 이뤄졌다. 5월 19일 롯데에 왼손 투수 심재민을 주면서 이호연을 영입했다. 당시 부상자가 많았던 KT는 타격이 좋은 타자가 별로 없었다. 2군에서 좋은 타격을 하던 이호연을 데려왔고, 이호연이 알토란같은 활약을 하며 KT 타선에 활력소가 됐다.
그리고 부상자들이 돌아오며 KT 타선이 강해졌다. 이호연은 KT에서 55경기를 뛰며 타율 2할8푼3리(152타수 43안타) 3홈런 15타점 19득점을 기록 중이다.
박경수의 뒤를 이을 주전 2루수를 찾지 못했던 KT로선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순간이었다.
쿠에바스는 지난해 팔꿈치 통증으로 계약 해지가 됐다가 올해 보 슐서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다시 돌아왔다. 수술없이 재활로 통증을 이겨냈고, 올시즌 LA 다저스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었다.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는데 한국에서 좋은 피칭을 해온 만큼 건강에 문제만 없다면 다시 데려와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었다.
슐서가 너무 좋지 않았다. 슐서는 초반엔 좋은 피칭을 했으나 이내 많이 맞았다. 5월 28일 삼성전서 3⅓이닝 동안 8안타 6실점하고 강판된 이후 2군으로 내려갔다. 9경기서 1승7패 평균자책점 5.62.
슐서가 좋지 않자 1선발로 나선 웨스 벤자민에게 부담이 커졌고, 벤자민도 들쭉 날쭉한 기복이 심한 피칭을 했다. 소형준이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되면서 전체적인 선발진이 흔들리고 있었다.
KT는 슐서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지 않고 빠르게 쿠에바스로 교체했다. 외국인 투수가 불안한 몇몇 구단이 쿠에바스를 노린다는 소문에 더 빨리 움직인 것. 6월 9일 쿠에바스와 계약했다. KT가 갓 꼴찌 탈출에 성공하며 8위에 올랐을 때였다.
쿠에바스가 돌아오면서 KT의 투수 고민이 해결됐다. 쿠에바스가 확실한 1선발의 모습을 보였다. 11경기에서 7승 무패 평균자책점 2.81을 기록 중이다. 쿠에바스가 등판한 11경기 중 9승2패의 호성적을 거뒀다. 슐서 때의 1승8패와는 180도 달라진 성적이었다.
KT는 쿠에바스가 1선발로 자리를 잡으면서 부담감을 덜어낸 벤자민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으로 부담감을 가졌던 고영표 엄상백 배제성의 국내 선발까지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이 감독은 "쿠에바스가 오면서 로테이션이 돌아가기 시작하니 다른 투수들도 부담감이 줄어들면서 안정됐다. 5선발인 (배)제성이도 편하게 들어갈 수 있었다"라고 했다.
이 감독은 "쿠에바스와 이호연이 온 것이 우리 팀에 엄청난 효과를 가져왔다"면서 "그 둘이 가장 힘들 때 와서 잘해줬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어서 "구단도 그때 많이 힘들었을 때인데 현장이 원하는 부분을 듣고 빨리 결정을 해줘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다"며 구단과의 소통이 잘됐다고 했다.
구단으로선 74만 달러를 들인 외국인 투수에게 기회를 한번 더 주지 않고 퇴출시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라 볼 수 있다. 왼손 유망주로 잠재력을 갖춘 투수 심재민을 주고 잘친다고 해도 2군 타자를 영입하는 것 역시 위험 부담이 있는 트레이드였다. 그러나 KT 프런트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빠르게 결정을 하며 팀 분위기를 바꿨다. 그리고 그 결과는 팀명처럼 마법같은 '떡상'이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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