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대선서 ‘친중 후보’가 대역전극

최서은 기자 2023. 8. 2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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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 유일의 대만 수교국…1차 2위였던 아레발로 당선
에콰도르 대선은 과반 없어 여성과 35세 후보가 결선행

후보자 암살과 각종 소요 사태 등으로 유례없는 혼란 속에 치러진 에콰도르와 과테말라 대선에서 이변이 연출됐다. 과테말라에서는 불과 몇개월 전까지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후보가 당선되며 ‘대역전극’이 펼쳐졌고, 에콰도르에서는 최종 결선에 올라갈 후보 두 명이 ‘최초의 여성 대통령’과 ‘최연소 대통령’ 타이틀을 두고 맞붙게 됐다. 특히 중미 유일의 대만 수교국인 과테말라에서 친중 성향 후보가 최종 당선되면서 향후 국제 정세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중남미 매체 인포바에 등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치러진 과테말라 대선에서 좌파 성향인 ‘풀뿌리운동’ 소속 베르나르도 아레발로 후보(64·사진)가 58.01%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선거 직전까지 여론조사 지지율이 3% 정도에 불과했던 아레발로 후보는 지난 6월 치러진 1차 대선에서 11.88%의 득표율로 ‘깜짝’ 2위를 차지하는 ‘대이변’을 연출한 데 이어 결선에서도 승리를 거머쥐었다. 지난 1차 대선에서 1위를 차지한 ‘희망국민통합’(USE) 소속 산드라 토레스 후보는 득표율 37.24%로 아레발로 후보에게 20% 이상 뒤처졌다.

아레발로 후보는 과테말라 최초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인 후안 호세 아레발로 베르메호 전 대통령(1945~1951년 재임)의 아들로, 외교차관과 스페인 주재 대사 등을 역임한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그는 2015년 과테말라 반부패 시위를 계기로 탄생한 정당 ‘풀뿌리운동’의 창립 멤버 중 한 명이다. 고질적인 부정부패, 폭력, 빈곤 등에 시달리는 과테말라 국민들이 ‘변화’를 바라며 결선투표에서 그에게 표를 몰아준 것으로 보인다.

선거 결과가 나온 뒤 아레발로 대통령 당선인은 “어떤 종류의 차별도 없이 모든 사람을 위한 정부를 수립할 것”이라며 “나에게 투표한 사람들과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 모두의 권리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이 승리는 나의 것이 아니라 우리를 지원해주신 여러분과 국민의 것”이라며 “이제 우리는 단결해서 부패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아레발로가 당선되면서 과테말라의 외교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미 유일의 대만 수교국이었던 과테말라에서 아레발로 행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아레발로 당선인은 국익에 바탕을 둔 외교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당선되면 중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 3월 이웃 중미 국가 온두라스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를 맺은 만큼, 과테말라의 향후 대중 정책에도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로써 과테말라도 중남미의 ‘핑크타이드’ 물결에 합류하게 됐다. 과테말라에서 좌파 성향 후보가 당선된 것은 알바로 콜롬 전 대통령(2008~2012년 재임) 이후 16년 만이다.

같은 날 치러진 에콰도르 대선 투표에서는 집계가 95%까지 진행된 결과 진보 성향의 루이사 곤살레스 후보(45)가 득표율 33%로 1위를 차지했다. 다만 과반을 얻은 후보가 없어 오는 10월 결선투표가 치러지게 된다.

진보 성향인 야당 ‘시민혁명운동’ 소속 곤살레스 후보는 치안 강화, 일자리 창출, 복지 강화 등을 내세워 지지를 얻었다. 그는 부패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대통령에 당선되면 코레아 전 대통령을 고문으로 모실 것이라는 발언 등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만약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에콰도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된다.

결선에서 그와 맞붙게 될 2위 후보는 보수 성향인 다니엘 노보아 아신 후보다. 그는 기존 여론조사에서 5위권 밖이었으나 득표율 24%로 ‘깜짝’ 2위를 차지했다. 35세의 젊은 정치인으로, 그가 당선되면 ‘최연소 대통령’이 된다. 그의 아버지는 바나나 재벌로 알려진 알바로 노보아 전 국회의원이다. 아신 후보는 투표 결과가 나오자 “에콰도르를 바꾸고자 희망을 찾는 청년 후보가 승리했다”며 “에콰도르 사람들이 이겼다”고 밝혔다.

대선을 열흘 앞두고 마약 카르텔에게 암살된 ‘건설운동’ 소속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 후보의 뒤를 이어 출마한 크리스티안 수리타 후보(53)는 16%의 득표율로 3위를 차지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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