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무인 탐사선, 달 착륙 실패…50년 전에도 성공했는데 왜?
고난도 기술 ‘감속’에 오류
일본·인도 등도 속속 실패
우주개발서 ‘달’ 소홀한 탓
최근 이스라엘, 인도, 일본이 달 착륙에 실패하고, 러시아가 쏘아 올린 달 무인 착륙선 ‘루나 25호’마저 월면에 충돌하면서 달 착륙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류는 약 50년 전에 수차례 달에 발을 디뎠으나 지금은 무인 탐사선을 착륙시키기조차 쉽지 않은 모습이다.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초동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계산된 수치와 실제 충격량 변수 간 편차 때문에 루나 25호가 계산되지 않은 궤도로 진입했다”며 “(이 때문에) 달 표면에 충돌해 소멸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47년 만에 발사한 달 착륙선이 임무 수행에 실패했다는 발표였다.
하지만 달 착륙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례는 러시아 외에도 많이 있다. 2019년 이스라엘 민간기업 스페이스일이 만든 달 착륙선 ‘베레시트’, 같은 해 인도우주연구기구(ISRO)가 개발한 달 착륙선 ‘비크람’이 월면에 충돌했다. 지난 5월에는 일본 기업 아이스페이스가 개발한 달 착륙선 ‘하쿠토-R 미션1’이 월면에 충돌했다.
당시 착륙에 실패한 착륙선들은 달 상공까지 이르는 데는 성공했다. 월면에 사뿐히 내려앉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원인이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감속’이 문제였다고 본다. 달 착륙선이 고속으로 달 상공을 돌다가 어느 순간 월면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비행 속도를 낮춰 월면을 향해 서서히 내려와야 하는데, 여기에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엔진과 각종 센서 등이 한 치의 오차 없이 모두 정상 작동해야 한다.
정상적인 감속을 위한 기계 작동이 어려운 이유는 달 환경이 지구는 물론 태양계 내 다른 행성과도 현격히 다르기 때문이다. 달 중력은 지구 6분의 1이다. 대기는 거의 없다. 양지와 음지의 온도 차이는 수백도에 이른다. 게다가 인류는 1970년대 후반 이후 우주 개발의 중심을 달이 아닌 지구 주변으로 옮겼다. 우주왕복선 운영에 집중한 것이다. 달 착륙의 노하우를 쌓을 기회가 적었다.
장영근 전 한국항공대 교수는 “달 착륙선이 월면으로 내려오려면 역추진 로켓 등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걸 정확히 쓰는 게 어렵다”며 “감속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달 착륙선에는 달 주변을 돌기만 하는 궤도선과는 차원이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루나 25호의 달 착륙 실패와 관련해서는 또 다른 측면의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가 미국과의 달 개발 경쟁을 의식해 무리한 발사를 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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