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 교체’ 임박…방송 ‘민영화’로 공영체제 허무나
MBC 사장도 검찰 수사 중…이동관 “공영방송 최소화” 언급
KBS2, 재승인 통과 못할 수도…남영진 등 법적 대응 변수로
방송통신위원회가 21일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 해임을 의결하면서 공영방송 이사회의 여야 구도를 ‘여대야소’로 바꾸는 절차가 거의 끝났다. 윤석열 정부는 공영방송 사장 교체 등으로 ‘방송 장악’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더 나아가 ‘민영화’로 공영방송 체제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방송가 관계자들은 이르면 이달 말, 늦으면 다음달 초쯤 김의철 KBS(한국방송공사) 사장 해임안이 KBS 이사회에 올라올 것으로 예상한다. KBS 이사회 속기록을 보면 앞서 여권 성향 이사들은 KBS의 적자 폭, 특정 프로그램의 편향성 등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KBS 사장 후보자는 공모를 거쳐 결정된다. 최종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이를 재가한다. KBS 이사회가 마음만 먹으면 선정 기간을 단축할 수도 있다.
지난 2월 취임한 안형준 MBC(문화방송) 사장은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15일 안 사장을 CJENM의 내부 감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이 안 사장의 혐의점을 확인하면 바로 안 사장 해임을 위한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
사장이 ‘친여 성향’ 인사로 바뀌면 바로 일부 프로그램 진행자 교체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의힘은 그간 KBS, MBC의 특정 프로그램이 편향적이라고 주장해왔다. 국회 과방위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8일 원내 대책회의에서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등 라디오 프로그램과 진행자를 특정해 이들 프로그램에서 야권 성향의 패널들이 더 많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또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 검증 보도를 거론하며 MBC <뉴스데스크> 등도 지목했다.
KBS는 수신료 분리징수 내용을 담은 방송법 시행령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MBC는 감사원의 감사가 부당했다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사장이 교체되면 정부의 ‘위법성’을 확인하기 위해 제기한 헌법소원, 행정소송에 대해 소 취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장기적으로 공영방송 체제를 해체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동관 후보자는 지난 18일 국회 청문회에서 “자유로운 정보 소통을 위해서는 공영방송은 최소화하고, 경쟁체제 속에서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하는 게 올바르다”고 말했다.
국회 과방위 소속 박성중·김영식·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일 기자회견에서 “(KBS 2TV가) 재허가 점수 미달 시 즉시 폐지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실이 MBC 취재진의 1호기 탑승을 거부하며 갈등이 격화하던 지난해 11월 SBS 라디오에 출연해 “(MBC 민영화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KBS 2TV는 올해 말 진행될 방통위의 재허가 과정에서 허가가 취소된다면, 기업에 주파수를 판매하는 등의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 MBC는 방문진이 보유한 MBC 주식을 팔면 사실상 민영화된다. 다만 이 경우 방문진을 MBC 최다출자자로 정하고 있는 방문진법의 내용과 상충된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는 “상업 미디어는 사람들의 ‘선호’를 판매해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 더 집중하고,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는 덜하게 된다”며 “소수자, 비수도권 등 상대적으로 소수일 수 있는 사람들을 다루는 것을 사명감, 책무로 생각하는 매체가 공적 매체이고, 상업 미디어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공영 미디어가 늘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남영진 전 KBS 이사장,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이 해임 처분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선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법원이 남 전 이사장과 권 이사장의 해임처분을 집행 정지하면 KBS와 방문진 이사회 구도가 당분간 유지되기 때문이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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