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러 왔지, 도덕수업하러 왔냐”…요즘 월가는 ‘이것 거리두기’
월가서 ESG 발빼는 기업들 늘어나
블랙록, 용어 폐기…S&P, 등급 발표 중단
최근 월가에 반(反) ESG펀드가 등장하고 있다. ESG가 한 때 금융투자 업계의 새로운 기준으로 부상한 바 있지만 최근 정치적 논란과 수익률 문제가 불거지면서 관련 펀드까지 조성된 것이다. 특히, 월가에서 ESG를 강하게 추진했던 기업들마저 발을 빼고 있어 ESG 위상이 갈수록 위축되는 모양새다.
반ESG펀드는 ESG펀드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개선을 주요 투자 기준으로 삼지 않고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투자 대상에 제한을 두지않는 개념이다. 일부 극단적인 반ESG 펀드의 경우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개선을 적극 추구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회피하기도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금융시장조사업체 모닝스타 자료를 인용해 올해 2분기 말 기준 27개 펀드가 반ESG 펀드로 분류된다고 보도했다. 이 펀드들의 총 운영자산 규모는 24억2000만달러(약3조2400억원)다. 이른바 ESG펀드로 분류되는 펀드의 운영자산 규모(3134억달러)에 비하면 1%에도 못미치는 수준이지만 새로운 트렌드임은 분명하다고 WSJ는 전했다.
반ESG펀드 등장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수익률에 있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 중심으로 투자를 하게 되면 그렇지 않았을 경우와 비교해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없다는 설명이다.
반ESG 펀드를 운용하는 스트라이브 자산운용사의 매트 콜 CEO는 “영리 기업의 목적은 주주 가치 극대화”라면서 “투자 결정에 다른 외부 요인이 개입되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 결정에 (환경 등) 다른 제약 요인이 있다면 이는 곧 수익률 하락이라는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ESG 펀드의 등장은 정치적 배경도 있다. 미국에선 민주당이 ESG 정책을 주로 펼치다 보니 공화당 계열에서 반ESG 펀드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S&P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공화당이 집권한 주를 중심으로 37개 주에서 ESG 투자를 제한하는 법안과 결의안이 최소 165건이나 발의됐다.
대표적인 반ESG 펀드가 지난해 9월 출범한 ‘신이 미국을 축복하길(God Bless America) ETF(YALL)’다. 해당 펀드는 미국증권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보고서에서 “기사, 웹사이트, 신문광고 등을 분석해 진보 기업 아닌 주주 이익 극대화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반ESG 바람은 사실 월가에서 새로운 게 아니다. ESG를 주도했던 기업들이 정치적 논란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미 ESG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세계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지난 2018년부터 투자 기업의 CEO에 보내는 연례 서한에 매번 ESG를 강조해왔지만 올해는 ESG단어를 삭제했고, 최근에는 더 이상 ESG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공화당 유력 대통령 후보로 꼽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플로리다 퇴직연금의 ESG 요소 반영금지 결의안을 채택한데 이어 ESG 투자에 적극적인 블랙록에 위탁해 운용하던 20억달러의 자산을 회수한 바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S&P글로벌 레이팅스는 이달 초 ESG에 대한 자사의 가치는 유지하되 ESG 등급을 매기지 않겠다고 전격 발표한 바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 주도로 설립된 ‘넷제로 보험 연합(NZIA)’은 회원사들의 잇따른 탈퇴 선언에 따라 지난달 기준 회원사가 기존 30곳에서 12곳으로 줄었다. 미 23개주 법무장관들이 연합 회원사에 고객사의 탄소 감축을 집단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반독점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경고한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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