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대선서 친중 좌파 후보 대역전극… 대만, 또 수교국 잃나

류재민 기자 2023. 8. 21.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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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 시각) 중미 과테말라 대통령 선거 결선에서 '친(親) 중국 성향'의 좌파 후보 베르나르도 아레발로(64)가 개표율 96.75% 기준 58.83%의 득표율로 당선을 확정했다. 과테말라에서 좌파 성향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건 알바로 콜롬 전 대통령(2008∼2012년 재임) 이후 16년 만이다. 사진은 이날 과테말라시티에서 투표한 뒤 잉크 묻은 손가락을 보여주는 아레발로 당선인. /AFP 연합뉴스

과테말라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친(親)중국·좌파 성향 베르나르도 아레발로(64)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당선됐다. 중남미에서 대만과 가장 오래 외교관계(1933년 수교)를 맺어온 과테말라가 중국과 대만의 갈등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외교정책을 펼지 관심을 모은다.

20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풀뿌리운동’ 정당의 아레발로 후보가 이날 대선 결선투표에서 60.9% 득표율로 ‘희망국민통합’의 산드라 토레스(67) 후보를 21.8%포인트 차이로 제쳤다. 아레발로는 지난 6월 1차 투표에선 15.51% 득표율로 토레스 후보(21.10%)에게 뒤졌지만, 1·2위 후보 맞대결로 치러진 이날 결선에서 결과를 뒤집었다. 대선 초기 여론조사에서 5% 미만 지지율로 하위권을 맴돌던 후보가 불과 몇 개월 만에 대역전극을 펼친 것으로 평가된다.

기득권 부정부패를 뿌리 뽑겠다는 아레발로의 공약이 부패와 빈곤으로 고통받는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렌사리브레’ 등 과테말라 언론은 “지난 10여 년간 집권한 우파 정부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해 막판 돌풍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레발로의 아버지는 과테말라의 첫 민선 대통령으로 꼽히는 후안 호세 아레발로 베르메호 전 대통령(1945∼1951년 재임)이다. 아레발로는 1980년 외교부에서 공직을 시작했고, 2017년 풀뿌리운동을 창당해 본격적으로 정치 이력을 쌓았다.

과테말라 대선에서 좌파 후보 당선은 2007년 당선된 알바로 콜롬 전 대통령(2008∼2012년 재임) 이후 16년 만이다. 콜롬 전 대통령은 이번에 낙선한 토레스 후보의 전남편이다. 2015년과 2019년에 이어 이번에도 ‘과테말라의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한 토레스는 중도우파 성향으로, 1차 투표에서 1위를 하고도 막판 고배를 마셨다.

아레발로 정부 출범 이후 국제사회는 외교정책에 주목할 전망이다. 중남미에 몇 남지 않은 대만 수교국 중 하나인 과테말라가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아레발로는 결선투표 진출을 확정지은 후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중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만에서는 ‘우리와 단교(斷交)까지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과테말라와 국경을 맞댄 온두라스는 지난 3월 중국과 수교를 맺으면서 대만과는 단교했다. 1941년 대만과 수교한 지 82년 만에 관계를 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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