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M] 노동자 끼이고 깔려도‥업체들은 왜 119신고 안 하나?

[뉴스데스크]

◀ 앵커 ▶

최근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다가 숨지거나 다치는 사고 소식을 자주 전해드렸죠.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119에 신고를 하고 환자를 빠르게 이송하는 게 상식인데, 신고마저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왜 이런 식으로 인명 피해를 키우는 건지, 김민형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안성시의 상수도관 공사 현장.

석 달 전 50대 일용직 노동자 김 모 씨가 여기서 일하다 숨졌습니다.

1.5미터 깊이의 구덩이 안에서 갑자기 무너진 흙벽에 파묻힌 겁니다.

하지만 사고 직후, 아무도 119에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현장 동료노동자] "<현장은 보셨잖아요?>눈이 달렸는데 안 보이겠어요, 그게. <119신고는 하려고 하셨어요? 그러면?> 그거는 그쪽 저기 사장님한테 물어보시든지. 저기한테 공사 관계자한테 물어보셔야지."

현장 관계자의 차량으로 옮겨진 인근 병원에선 "중증이라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며 닥터 헬기를 불렀고, 이걸 기다리다 김 씨는 숨을 거뒀습니다.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외상성 혈기흉'.

흙더미에 깔린 충격으로 폐에 피가 찬 겁니다.

유족들은 제때 응급 조치를 못했기 때문이라며 분통을 터뜨립니다.

[김 모 씨 유족] "저희가 볼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거예요. 그 당시 현장이 어땠는지, 아버지가 1.5미터밖에 안 되는 거기에 파묻혀서 돌아가신 건지."

사고 현장에는 CCTV도 없어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는 건 목격한 동료들 뿐입니다.

현장 관계자들은 "흙더미가 차오른 게 배꼽 아래 높이여서 김 씨에게 의식이 있었고, 5분 거리인 병원까지 자차가 더 빨랐다"고 해명했습니다.

[박찬용/대한외상학회 이사장] "가까운 곳을 갔다가는 괜히 시간을 한 두세 시간 허비하고, 잘못했다가는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가보지도 못하고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최근 산업재해가 잇따르는 SPC 제빵 공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달 자회사인 '샤니'의 경기도 성남 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기계에 손가락이 끼어 골절상을 입었지만 역시 119 신고는 없었습니다.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똑같은 답이 돌아옵니다.

"빠른 치료를 위해 119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직원이 자기 차에 태워 응급실로 데려갔다"는 주장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재해 발생시 '환자 응급처치와 동시에 119 구급대, 병원 등에 연락해 긴급 후송하라'고 하지만, 규정 자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입니다.

[이은정/중재노무사사무소 노무사] "사고 현장 자체를 보존하거나 그런 부분에 있어선 사실 119 신고하는 부분이 더 명확하게, 그런 부분을 보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업들이 산업재해를 숨기거나 축소하는 걸 막기 위해 119 신고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논의는 진전되지 않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민형입니다.

영상취재: 윤병순, 남성현 / 영상편집: 이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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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윤병순, 남성현 / 영상편집: 이혜지

김민형 기자(peanut@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16573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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