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 만든다며 멸종위기 동물 피난처마저 허문 환경청
대구 도심의 하천 습지에서 이뤄지는 산책로 공사 등에 대해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멸종위기종이 다수 발견된 생태보호구역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공사 주체 측은 조사해볼 문제라는 입장이다.
환경단체 등이 연대한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는 21일 동구 금호강 팔현습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다양한 멸종위기종들이 대거 서식하고 있는 도심 속 습지에 공사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산책로가 완공되면 이용객들이 늘어 야생동물의 생존 및 서식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생태계의 전체 구조가 매우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 대책위는 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산책로 조성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에 팔현습지에 서식하는 법정보호종 9종 가운데 6종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한상훈 박사는 “이날 오전에도 고라니와 수달의 배설물이 확인될 정도로 이곳은 야생동물의 마지막 남은 피난처라고 볼 수 있다”면서 “생태를 보호해야 할 환경부가 앞장서 도심에 남은 자투리땅까지 개발하겠다는 건 잘못된 처사”라고 말했다.
앞서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3월부터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2025년까지 모두 281억원을 들여 수성구 매호동에서 동구 효목동 인근 금호강까지 약 3.9㎞ 구간에 제방구축 등의 하천을 정비하는 사업이다. 현재 공정률은 10% 정도이다.환경청은 약 1.5㎞의 자전거 도로 및 산책로도 개설하기로 했다. 환경청은 계획 변경을 이유로 산책로 공사를 잠정 중단했고, 현재 공사 설계를 변경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멸종위기종의 집단 서식 여부 등은 전문가 의견을 듣고 판단할 문제”라면서 “환경단체 등과 소통해 환경에 피해를 덜 주는 방향으로 공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프고 계속 커지는 켈로이드 흉터··· 구멍내고 얼리면 더 빨리 치료된다
- “남잔데 숙대 지원했다”···교수님이 재워주는 ‘숙면여대’ 대박 비결은
- [스경X이슈] 반성문 소용無, ‘3아웃’ 박상민도 집유인데 김호중은 실형··· ‘괘씸죄’ 통했다
- ‘해를 품은 달’ 배우 송재림 숨진 채 발견
- 윤 대통령 골프 라운딩 논란…“트럼프 외교 준비” 대 “그 시간에 공부를”
- ‘검찰개혁 선봉’ 박은정, 혁신당 탄핵추진위 사임···왜?
- 한동훈 대표와 가족 명의로 수백건…윤 대통령 부부 비판 글의 정체는?
- “그는 사실상 대통령이 아니다” 1인 시국선언한 장학사…교육청은 “법률 위반 검토”
- 3200억대 가상자산 투자리딩 사기조직 체포… 역대 최대 규모
- 머스크가 이끌 ‘정부효율부’는 무엇…정부 부처 아닌 자문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