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탓에 어그러진 KIA-LG 최고 유망주… 구단 계획과 AG가 동시에 날아갔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부상이 분명히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두 번째 부상이 그랬다”
염경엽 LG 감독은 6월 당시 팀의 최고 거포 유망주인 이재원(24)의 꼬인 스텝을 한탄했다. 염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이재원을 팀의 미래 핵심 타자로 키울 것이라 공언했다. 중심타선에서 부담을 주기 보다는 7번이나 8번 등 하위 타선에 배치해 선수가 더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고 덧붙였다. 시즌 전 선수들의 위치를 확실하게 결정하는 경향이 있는 염 감독의 계산속에서 이재원은 한 시즌 400타석 이상을 소화하는 주전 선수였다.
염 감독이 부임하자마자 이재원을 낙점한 이유는 간단했다. 이재원이 언젠가는 잠실에서도 30홈런 이상을 치면서, 3할의 정교한 타격까지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재능이라고 여겼던 까닭이다. 궁극적인 이상향은 박병호(kt)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상대적으로 좌타자 쪽에 득점 생산력이 치우쳐 있는 LG의 균형을 잡을 적임자라고도 생각했다. 염 감독은 “뭔가 해놓고 군에 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크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염 감독과 LG 구단, 그리고 팬들이 기대하는 이재원은 현재 없다. 이재원은 21일 현재 시즌 46경기에서 타율 0.217, 3홈런, 1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58에 머물고 있다. 성적은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시즌 100경기 이상을 치른 시점에서 소화 타석이 107타석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구상이 어디서부터 단단히 꼬였음을 상징한다. 역시 부상이 컸다.
감독도, 선수도 의욕적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초반부터 부상으로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개막 직전이었던 3월 말 옆구리 부상으로 끝내 개막 엔트리 합류가 불발됐다. 5월 1군에 콜업돼 눈부신 활약을 펼칠 때도 있었다. 타구 속도가 시속 180㎞를 넘어가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모두가 흥분했다. 그러나 허벅지 근육이 두 차례 말썽을 부린 끝에 자신의 페이스를 잃었다. 염 감독은 “특히 두 번째 부상이 결정적이었다”고 아쉬움을 곱씹었다.
염 감독이 이재원의 허벅지 부상을 아쉬워한 건 구단의 전략이 꼬인 것도 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1년 지각 개막하는 2022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과도 연관이 있다. 대표팀 기술위원장을 역임한 전력이 있는 염 감독은 시즌 초반 “나도 (아시안게임) 예비 명단 선정 당시 우타자가 부족하다는 고민을 많이 했다. 특히 장거리 우타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면서 “이재원이 후보가 될 수도 있다”고 개인적인 전망을 내놨다.
실제 이재원이 5월 엄청난 장타력을 선보이자 KBO 전력강화위원회에서도 이재원의 발탁이 대표팀 외야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분석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 논의는 심도 깊게 이어지지 못했는데 결국 부상 탓이었다. 대표팀 명단 선정을 앞두고 다쳐 자신의 능력을 100% 보여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선정 시점에는 부상 여파로 제대로 된 타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재원은 아직도 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KIA에도 아쉬운 손가락이 하나 있다. 바로 팀 내 최고 유망주이자, 올 시즌을 앞두고 가장 기량이 향상된 야수로 뽑혔던 김도영(20)이 그 주인공이다. 2021년 8월 KIA ‘세기의 결정’ 당시 한 주인공이었던 김도영은 지난해 1군 무대에 167일이나 머물며 풀타임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올해는 겨우내 체계적인 기술 및 체력 훈련을 거쳐 기량이 몰라볼 정도로 좋아졌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실제 오키나와 연습경기와 시범경기, 심지어 SSG와 인천 개막 시리즈까지 그 기세가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4월 2일 인천 SSG전에서 주루 도중 3루를 밟다 왼발 중족골 골절상이라는 치명타를 입었다. 김도영은 이 부상으로 무려 81일이나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 사이 아시안게임 명단이 나왔고, 김도영은 이 경쟁에 ‘지원’조차 해보지 못한 채 탈락한 셈이 됐다.
김도영 또한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수들을 선발하는 관계자들 사이에서 주목하는 선수였다. 물론 내야에는 노시환(한화)이나 문보경(LG) 등 김도영보다 더 확고한 경력을 갖추고 있는 선수들이 많았다. 1순위 선수는 아니었다. 다만 관계자들은 이재원 케이스처럼 일단 내야에 우타자가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했다. 김도영은 3루와 유격수 모두를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그러나 관계자들이 제대로 관찰도 못한 채 아시안게임 엔트리에서 낙마한 것이다.
김도영은 부상 복귀 후 39경기에서 타율 0.301, 2홈런, 20타점, OPS 0.792의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갈수록 성적이 약간 처지는 감이 있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안타 하나는 치며 버티고 있다. 39경기에서 12개의 도루를 성공시킨 발 또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는 매력적이었으나 이 또한 3년 뒤를 기약해야 했다.
현재 선발된 선수 중 부상자가 나오면 예비 엔트리 내에서 교체가 가능하다. 두 선수 모두 예비 엔트리에는 있다. 다만 추가 발탁 가능성은 크지 않다. 두 선수의 성적과 별개로, 소속팀인 LG와 KIA는 모두 ‘한도’인 3장을 꽉 채운 상태다. LG는 고우석 정우영 문보경이, KIA는 이의리 최지민 최원준이 이미 태극마크를 예약했다. 결국 ‘부상’이라는 변수가 선수의 경력과 도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만 확인한 유망주들의 2023년 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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