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뺑이 인사시스템이 무사안일주의 키워 "스페셜리스트 만들고 급여체계 다변화를"
순환보직으로 인한 '보편 인재'
과거 고속성장기엔 적합했지만
기술로 승부하는 현재 부적절
◆ 위기의 공직사회 ◆
전문가들은 공무원 인사 시스템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순환보직' 제도가 전문성 약화, 기강 해이 등 여러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꼬집었다. 과장급 이상 공직자가 한 부서에 머무는 기간이 14개월 안팎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기계적 순환보직 제도가 직무 전문성을 기르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대충대충 업무를 처리하는 문화를 낳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가 주요 정책을 만드는 중앙부처 공무원은 시험에 합격해 부처에 배정받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곳에서 여러 과를 거치며 퇴직할 때까지 일한다.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 같은 부처 내 순환보직에 대해 "여러 일을 처리하는 '제너럴리스트' 공무원을 만드는 시스템"이라고 정의했다.
김 교수는 "과거 '경제 롤모델'이 있던 고속성장기에는 외국 선진 정책을 카피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 공무원으로 충분했지만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른 현재는 세계를 선도할 정책과 기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분야별 '전문가 공무원'이 있어야 한다"며 "순환보직은 전문가 공무원을 만들 수 없는 시스템인 만큼 현재 상황에 맞지 않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문성을 고려한다면 부처별로 공무원을 뽑아 순환시킬 게 아니라 범부처적으로 유사한 업무를 묶어 직무군을 만들어 채용해야 한다"며 "과학·교육·문화, 재정·경제, 사회·복지, 외교·국방, 산업·IT(정보기술), 일반행정 등 직무군을 신설해 승진과 전보는 같은 직무군 안에서만 이뤄지도록 하되 부처 간 벽을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공직 시스템이 부처가 각각 독립적 사무를 관장하던 과거와 달리 부처 간에 수평적으로 유사한 업무가 많아졌다는 지적이다. 가령 컴퓨터 관련 업무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만 있는 게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나 정보전산망을 관리하는 행정안전부 등에도 걸쳐 있다.
이 같은 문제 인식에 대해 공무원 사회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2021년 중앙부처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공무원들은 전문성을 저해하는 1순위 요인으로 '순환보직으로 인한 잦은 인사 이동'(36.2%)을 꼽았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순환보직에 대한 문제점은 모두가 인식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중단시키기는 어렵다"며 "적어도 과장급 이상 공무원에 한해 3~5년 보직 계약을 하는 방식을 도입해 정년은 보장하되 잦은 인사에 따른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 이는 부서별 서열화 타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직 공무원의 효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임금 체계와 직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뒤따랐다. 민간 영역에서 수급한 인재가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게 하기 위해서는 연차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호봉제를 폐지하고 급여 체계를 업무 난도에 따라 차등 지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현선 한국국정관리학회장(명지대 교수)은 "순환보직 제도를 기반으로 한 승진 문화는 근본적으로 전문직 공무원이 불이익을 받는 환경"이라며 "급여 체계 다변화를 비롯해 업무에 대한 보상을 보다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혜진 기자 /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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