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객실 33% 몰렸는데 공급 계속…숙박시설 포화 눈앞
- 부산 관광숙박업소 1만5416실
- 해운대구에 73곳 5137실 집중
- 지난달 숙박점유율 20%도 안돼
- 20곳 개장 준비… 우후죽순 건설
- 10월엔 생숙시설도 풀릴 가능성
- 해변 제외 관광객 유입책 부족
- 콘텐츠 개발 등 특화 전략 필요
부산 해운대구에 지역 전체 관광숙박업소의 객실 3분의 1이 몰린 데다 신축 호텔 등을 통한 객실이 추가로 공급될 전망이나, 숙박을 하는 관광객 비율은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객의 폭발적 증가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객실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되지만, 현재 해운대가 내세우는 해수욕장 위주의 관광지만 가지고서는 새로운 수요 창출이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1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역에서 영업 중인 관광숙박업소(호텔·휴양콘도미니엄 등)는 모두 235곳이다. 이 숙박업소에서 제공되는 객실 수는 총 1만5416실이다. 체류형 관광지를 표방하는 해운대구에는 전체 객실의 3분의 1이 몰려 있다. 해운대구에서 운영되는 관광숙박업소는 73곳, 객실은 5137실로 집계된다. 부산 관광숙박업소 객실의 33.3%가 해운대구에 있는 것이다.
문제는 객실 공급에 비해 해운대의 숙박 점유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한국관광 데이터랩 자료를 보면 휴가철이 시작된 지난달 부산을 찾은 관광객은 1282만5367명(이동통신 데이터 기반)으로, 1박 이상 숙박한 이는 315만8296명이다. 이들 중 해운대에서 묵은 관광객은 62만7921명으로 전체의 19.9%였다. 팬데믹 이전인 2018년 7월 해운대의 숙박객 비율은 21.7%(297만8650명 중 64만7388명), 2019년 7월은 20.7%(325만5908 명 중 67만2743명)로 소폭 줄었다. 코로나 방역 완화 지침이 풀리면서 특수를 누린 지난해 7월 21.1%(330만8241명 중 69만9568명)로 반짝 상승했다가, 올해는 최근 5년 중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개장을 준비 중인 호텔도 즐비하다. 구에 따르면 현재 공사를 하고 있는 관광숙박업소는 모두 20곳이다. 대부분 해운대해수욕장 일대를 중심으로 구남로·해운대시장 등 번화가나 해안가에 우후죽순 건설되고 있다. 옛 그랜드호텔 자리에서 MDM플러스가 추진 중인 생활·관광숙박 혼합 시설, KCG가 동백섬 해상에서 재개를 도모하는 수상호텔 등 계획 단계의 호텔도 많다.
오는 10월부터 숙박업 등록이 강제되는 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도 상당 물량 풀릴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해운대에 들어선 레지던스는 104곳으로, 객실 수가 3250실에 이른다. 대부분 주거 용도로 사용 중이지만, 10월부터는 오피스텔로 건물 용도를 바꾸거나 숙박업소로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레지던스 상당수는 주차장 면적 확보와 같은 법령상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오피스텔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행강제금을 감수하지 않는 이상 숙박 용도로 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관광객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지 않는다면 수년 내 ‘숙박업소 과포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해법은 쉽지 않다. 2030부산세계박람회를 제외하면 관광객을 빨아들일 확실한 요소가 현재로선 불확실하다. ‘국내 최대 해수욕장’이라는 타이틀에만 안일하게 기댈 수도 없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해운대구 방문객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는 해운대·송정해수욕장이 아닌 신세계백화점이다. 전국 대도시마다 있는 백화점이 지역의 최고 인기 장소라는 말인 동시에 해수욕 외에는 볼거리 체험거리 등이 부족한 해운대 바다를 향한 선망이 이전 같지 않다는 의미다.
부산대 김하니(관광컨벤션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관광·숙박 수요가 해운대에 집중됐지만, 이제는 부산시의 관광 기조가 지역 전체로 관광객을 퍼뜨리는 것으로 변화했다. 실제 숙박객이 찾지 않았던 영도구나 기장군에도 객실 수요가 커지고 있는 추세다”며 “현재의 관광객 수대로라면 해운대에 객실 공급 과잉이 나타날 수도 있다. 반려견 동반 숙박 등 특급호텔이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를 마련하는 특화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무엇보다 광안리 해수욕장 일대 등 MZ세대를 포함한 다양한 관광객이 찾을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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