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가 다 시켰다”…강남 납치 일당 ‘우발적 범죄’ 주장

지난 3월 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3인조가 4월 9일 오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왼쪽부터 이경우, 황대한, 연지호.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올해 3월 이른바 ‘강남 납치·살해’ 사건을 벌인 일당이 법원에서 살해까지는 계획하지 않았다면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범죄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는 21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경우·황대한(36)·연지호(30)와 유상원(51)·황은희(49) 부부 등 7명에 대한 공판을 열고 이 중 황대한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검사가 ‘피해자에게 코인을 빼앗은 다음 도주할 생각이었느냐’고 묻자 황대한은 “연지호는 여권도 없었고, 도주 계획은 구체적으로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범행 당일 모든 것들이 갑작스럽게 거짓말처럼 다 일어났다. 현실적이지 못한 게 현실이 됐다”고 덧붙였다.

황대한은 ‘피해자를 납치한 뒤 풀어줄 생각이 있었냐’는 질문에 “했었다. 산에서 내려가면 옷에 돈을 넣어주고 택시를 불러야겠다고 혼자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또 피해자를 풀어주면 검거될 것을 우려해 살해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도 황대한은 “아니다”라고 재차 답했다. 그러면서 “이경우가 (피해자에게서) 더 나올 게 있을 거라고 해서 기다리다가 풀어주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3인조 중 이경우가 지난 4월 9일 오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황대한은 “피해자가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 듣기 싫어 피해자를 재우기 위해 마취제를 더 주사했다”며 “이후 이경우가 전화로 피해자가 뭘 하고 있는지 물었고 인기척이 없다고 하자 숨을 쉬는지 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범행을 공모하면서 피해자의 장기를 매매하자는 말이 나온 건 인정하면서도 “센 척을 하고 싶어서 중국인을 동원해 장기 매매가 가능하다고 했을 뿐 거짓말이었고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며 계획 살인이 아니었음을 거듭 부각했다.

범행이 실패할 시 범죄자금을 건넨 유상원·황은희 부부로 납치 표적을 변경하려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황대한은 “이경우가 시키는 대로 다 했다. 화장실 가는 것도 허락을 받았다”며 “이경우의 다음 타깃은 유상원·황은희 부부였다. 피해자에게서 아무것도 안 나오면 두 사람에 대해 ‘작업’하면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경우는 지난달 열린 2차 공판에서 북파공작원 출신이었단 점이 공개돼 주목받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경우는 범행 제안과 계획, 지시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질적으로 납치와 살해 등을 실행한 것은 연지호·황대한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