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전운임제 폐지이후 벼랑끝 몰린 화물노동자들
지난해 말 화물차 안전운임제가 폐지된 후 올해 들어 화물노동자들의 수입은 크게 줄어든 반면 노동시간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화물연대가 컨테이너·시멘트 품목 화물기사 316명을 상대로 실시한 ‘안전운임제 일몰 후 실태조사’ 결과 월 소득이 379만원에서 242만원으로, 3분의 1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감소를 벌충하기 위해 노동 시간은 예전보다 매달 44시간 늘어났다. 1만4294원이던 시급은 최저시급(9620원)에도 한참 못 미치는 7811원으로 줄었다. 화물기사들이 감소한 수입을 메꾸느라 운행을 늘리면서 졸음운전·과속·과적이 함께 늘어났다고 한다. 정부의 대책 없는 안전운임제 폐지로 화물기사들의 노동환경이 벼랑 끝에 몰린 현실을 보여준다.
컨테이너·시멘트 화물기사를 대상으로 2020년부터 안전운임제가 시행된 이유는 낮은 운임으로 인한 도로 위 안전 위협을 줄이자는 취지였다.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막아 화물기사와 도로 위 안전을 함께 보호하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지난해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의 적용 확대를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나서자 윤석열 정부는 안전운임제 확대는커녕 폐지로 강경대응했다.
안전운임제 일몰 이후 운송업계 상황은 수년 전으로 퇴행했다. 운임 결정권이 운송사들의 손에 좌우됐다. 화주의 최저입찰제가 부활하고, 다단계 중간착취 구조가 되살아났다. 지금의 운송업계는 어떤 운임기준도 없는 ‘암흑시대’라는 자조가 나온다. 경향신문이 만난 한 컨테이너 기사는 “졸음이 올까봐 저녁을 안 먹고 다니고, 한번 잠들면 일어나지 못할까봐 쉬지도 못하고 운행한다”고 했다. 운임은 깎이는데 타이어·엔진 오일값은 치솟는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정부는 운송사와 화물기사 간의 운임만 강제하는 ‘표준임금제’를 내놨지만, ‘원청’격인 화주의 책임을 면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나마 국회에서는 단 한차례도 논의되지 않았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화물기사의 노동조건 개선 요구를 힘으로 뭉갠 뒤 방치한 정부의 무대책이 화물기사들의 삶은 물론, 도로 위 안전마저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화물연대와의 대화를 통해 운임기준의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안전운임제 부활이 화물기사들의 생계와 도로 위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지적을 경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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