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공포 영화의 뻔한 공식을 지우다…대담하고 영리한 이선균·정유미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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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6일 개봉을 앞둔 '잠'은 잠드는 순간 낯선 사람처럼 돌변해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벌이는 남편 현수(이선균)와 그로 인해 불안에 떠는 아내 수진(정유미)의 행복했던 신혼 생활이 점차 공포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
특히 남편인 현수가 잠드는 순간마다 기행을 벌이는 이유가 몽유병 때문인지, 귀신 때문인지 베일에 싸여 있다는 영화의 독특한 설정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스토리의 깊이를 더하고 공포를 넘어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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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두려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예상치 못한 순간 불쑥 튀어나와 깜짝 놀라게 하는 귀신의 정체와 원인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평범한 일상이 무너지는 것 중 더욱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
오는 9월 6일 개봉을 앞둔 '잠'은 잠드는 순간 낯선 사람처럼 돌변해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벌이는 남편 현수(이선균)와 그로 인해 불안에 떠는 아내 수진(정유미)의 행복했던 신혼 생활이 점차 공포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
앞서 제76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돼 화려한 신고식을 치르며 개봉 전부터 관객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유재선 감독은 이번 작품이 첫 장편 영화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담하고 신선한 연출을 보여준다. 기존의 익숙한 클리셰를 비틀어 버리는 그는 호러 영화의 전형적이고 뻔한 공식을 따르지 않고도 관객의 마음을 자유자재로 뒤흔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남편인 현수가 잠드는 순간마다 기행을 벌이는 이유가 몽유병 때문인지, 귀신 때문인지 베일에 싸여 있다는 영화의 독특한 설정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스토리의 깊이를 더하고 공포를 넘어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감독은 한 치의 낭비 없이 모든 순간을 밀도 높게 조명하며 94분의 러닝타임 내내 극도의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상황들이 호러, 스릴러, 서스펜스, 미스터리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인공들이 겪는 연속된 모순과 예상치 못한 아이러니함은 때때로 사랑에 관한 풍자극이나 코미디처럼 보이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공포 영화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관객에 따라 '사랑에 대해 다른 관점을 지닌 남녀의 갈등을 그린 드라마'로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장르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감독의 영리함이 다시 한번 돋보이는 부분이다.
매 작품 능글맞게 캐릭터 그 자체로 변하는 이선균 씨의 연기는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누구보다 밝고 긍정적이었던 그가 점차 눈동자의 방향성을 잃고 방황하는 모습은 영화의 보는 재미를 더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색채를 잃고 시들어 가는 듯 변화하는 정유미 씨 연기 또한 일품이다.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폭발하는 연기력으로 메말라가는 인물의 광기 어린 심리를 표현한 그의 표정과 눈빛은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극의 서사에는 몰입감을 더한다.
앞서 봉준호 감독이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 영화'라고 극찬한 만큼, '잠'은 그간의 한국 호러 영화가 걸어온 안전하고 익숙한 길을 벗어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데 성공한 듯하다. 올여름 공포 영화가 자취를 감춘 한국 극장가에서 '잠'은 독보적이면서도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 '잠'. 유재선 감독 연출. 정유미, 이선균 출연. 러닝타임 94분. 15세 관람가. 2023년 9월 6일 극장 개봉.
YTN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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