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학을 스타트업 전초기지로

이준호 지역혁신 오픈이노베이션 포럼 부회장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첨단산업을 상징하는 지역이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남쪽에 위치한 샌타클래라, 팰로앨토 등을 아우르는 지역이다. 원래 실리콘밸리는 본래 양질의 포도주 생산 지대로, 1년 내내 태양이 내리쬐는 온화한 날씨 덕분에 과수원이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과일 통조림 공장들도 많이 들어서면서 이 곳은 농업 도시로 꽤 명성을 얻었다.

1950년대에는 실리콘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이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실리콘'과 '밸리'를 합한 실리콘밸리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군수산업 분야에서 첨단기술의 수요가 커지면서 실리콘밸리 시대의 서막이 시작되었다.

실리콘밸리가 첨단기업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주된 원인은 이 지역에 스탠퍼드 대학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스탠퍼드 대학은 1894년 미국 대학 중 최초로 전기공학과를 개설함으로써 훗날 실리콘밸리를 첨단기술의 메카로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특히 스탠퍼드 대학은 학계와 산업계의 긴밀한 협력과 개방혁신을 통해 대학 실험실에서 연구 개발한 기술이 비즈니스에 활용되도록 하였다. 여기에 선구자적 역할을 한 사람이 '프레드릭 터먼' 교수이다. 그는 저명한 공학자이자 교육자로 '실리콘밸리의 아버지'로 불린다.

당시 미국은 동부 중심으로 대기업이 몰려 있었다. 서부는 양질의 일자리가 별로 없어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한 많은 학생들이 일자리를 찾아 동부로 떠났다. 이를 안타까워했던 터먼 교수는 실리콘밸리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하여 대규모 연구단지를 조성하여 많은 첨단기업을 유치했다.

또한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에게 회사를 창업하도록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터먼 교수의 제자인 월리엄 휴렛과 데이비드 팩커는 1939년 차고에서 오디오 발진기를 제작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하여 미국 굴지의 IT 기업인 휴랫패커드(HP)로 성장시켰다. 이후 1976년에는 애플이, 1998년에는 구글이 실리콘밸리에서 각각 창업하여 세계적인 첨단기업으로 도약했다.

현재 우리는 지방소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지방의 젊은이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정부는 지방에 젊은이들을 유입시키기 위하여 일자리 지원, 주거 지원, 출산 및 육아 지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정책을 수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정책적 효과가 나타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단기간에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선 청년인구 유입 관점에서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첨단기업 육성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할 것이다. 때문에 대학의 기능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먼저 대학이 연구 개발한 우수한 기술이 지금보다 더 쉽게 스타트업 비즈니스에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좀 더 많은 대학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

이와함께 대학에 투자 기능을 강화하여 대학이 육성하고 있는 스타트업에게 투자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지역의 스타트업 육성기관 및 다양한 기업과 오픈이노베이션 협력체계를 구축해 다각적인 관점에서 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

지방소멸 시대를 지혜롭게 넘기기 위해선 혁신적인 조치들이 단행되어야할 것이다. 지방의 청년 유입을 위해 대학은 기존의 교육·연구를 수행하는 기능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첨단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전초기지로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방 지역에 많은 청년들이 HP와 같은 세계적인 첨단기업을 육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