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니제르 국민들 외세 개입 반대하며 쿠데타 지지 시위

이규화 2023. 8. 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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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시간) 니제르 수도 니아메애서 수천 명의 시위대가 쿠데타 지지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쿠데타가 발발한 북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 20일(현지시간) 수천 명이 군부 지지 시위를 벌였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시위대는 이날 니제르 수도 니아메에서 지난달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군부를 지지하며 외국의 개입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현재 니제르에서 시위는 공식적으로 금지돼 있으나 쿠데타를 지지하는 시위는 사실상 허용된다고 AFP는 전했습니다.

시위대 수천 명은 '개입 중단' '제재 반대'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러시아 국기를 흔들기도 했습니다. 앞서 시위대는 서아프리카 15개국 연합체인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의 군사 개입 움직임을 비난했습니다.

니제르에서는 지난달 26일 압두라흐마네 티아니 장군이 이끄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을 축출했습니다. 이에 ECOWAS는 니제르 쿠데타 군부를 상대로 경제, 여행, 금융 제재를 내렸고 프랑스 독일 미국도 니제르 원조를 일시 중단했습니다. 특히 ECOWAS는 지난 19일 니제르에 군사 개입 준비를 마쳤다고 경고하면서 바줌 대통령 복권, 헌정 질서 회복을 촉구했습니다. AFP는 이번 시위가 ECOWAS 경고 다음날 열렸다는 점에도 주목했습니다. 티아니 장군은 19일 ECOWAS 군사 개입에 저항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재 니제르 정세는 티아니 장군을 중심으로 한 쿠데타 군부 및 일반 국민과 바줌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기존 기득권층으로 양분돼 있습니다. 이번 쿠데타로 정부를 구성했던 기득권층은 패퇴했지만 그들 뒤에는 프랑스와 미국 등 서방의 지원이 있습니다. ECOWAS도 실은 미국 프랑스 영국 등이 막후에서 니제르 쿠데타 군부에 압력을 넣으라는 종용에 의해서 움직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니제르는 북서아프리카의 중심에 위치한 지리적 위치로 인해 서방 각국들이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2014년 시작된 사헬 지역 대테러 작전을 위해 2000명, 미국은 아프리카사령부(AFRICOM)의 일부로서 1100명의 병력을 배치해놓고 있습니다. 이밖에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도 대테러 작전을 명분으로 100~300명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죠.

특히 에너지의 원전 의존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프랑스는 니제르에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습니다. 자신들의 옛 식민영토였던 니제르에서 프랑스는 우라늄을 싼값에 들여오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바줌 대통령 등 기득권층과 결탁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그러나 니제르 쿠데타 군부는 앞으로 프랑스에 정당한 대가를 받고 우라늄을 수출할 것이라고 천명했습니다. 프랑스 입장에서는 우라늄을 비싼 값에 수입해 와야 함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공급난을 빚을 수도 있어 좌불안석입니다.

미국도 니제르에 이해관계가 깊습니다. 니제르에 주둔시킨 부대는 주로 드론과 항공전력을 운용하는 공군 위주의 부대입니다. 이 드론부대는 아프리카 전역의 정보 수집과 감시를 담당합니다. 대테러 작전에도 이 드론부대는 매우 긴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만약 니제르가 미군 철수를 원한다면 나가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지만, 속내는 현 쿠데타 세력과 원만히 해결되길 바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 프랑스 영국과 ECOWAS는 니제르 쿠데타 군부가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전복시킨 불법이라고 주장합니다. 쿠데타는 물론 불법입니다. 그러나 바줌 정부의 정통성도 의심받는 건 매한가지입니다. 바줌 대통령이 2021년 니제르 역사상 최초로 민주적 절차를 거쳐 당선되었다고는 하나, 부정 선거로 얼룩졌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왔습니다. 따라서 말리, 부르키나 파소 같은 이웃국가들은 이번 니제르 쿠데타를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현재 티아니 장군 등 군부 쿠데타 세력은 민주정으로의 이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대중의 지지가 이어지는 가운데 쿠데타 세력이 과연 선거를 통한 민정이양을 약속 대로 추진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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