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석 칼럼] 새만금잼버리 회한, 한비자를 생각한다
새만금잼버리 대회는 초기의 대실패 상황에서 중앙정부의 긴급 개입과 지원으로 그나마 의미있게 마무리되었다. 중앙정부가 가용자원을 총동원하여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고 태풍으로 상황이 급박해지자 하루 만에 1000대 이상의 버스로 참가자들을 신속하게 소개시켜 기업과 대학의 기숙사, 종교시설 등에 수용하는 작전을 수행했다.
지방의 다양한 문화 행사에 참여하게 하고 마지막 날 서울 상암경기장에서 4만명 이상 모두 참가하는 K팝 행사를 열어 축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했다. K팝 축제도 당초 예정된 전주에서 태풍 때문에 갑자기 상암경기장으로 변경되었고, 초단기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치러내어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청소년들을 열광시켰다.
이런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한국의 문제해결 능력을 세계 만방에 과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런 역동적인 대응은 전세계에 한국이 아니면 해낼 나라가 없다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했다. 한국인은 여건을 만들어주고 적절한 리더십으로 이끌어준다면 언제든 이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한국은 잼버리대회가 문제가 아니라 올림픽, 월드컵, 여수엑스포 등 세계 최대의 행사를 다 성공적으로 치러낸 나라이다. 그랬던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세계적인 망신을 초래함으로써 국민의 자존심을 손상시킨 잼버리 대회에 대해서는 엄정한 감사와 수사를 거쳐 책임 소재를 가려내고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드높다. 언론과 많은 전문가들이 다각적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 기강이 이렇게까지 무너진 가장 큰 원인은 사회 각 주체가 법령에서 주어진 책임을 다하지 않고 대충 넘어가는 법질서의 해이, 좁게는 상벌 원칙의 와해에 있다고 본다.
우리 사회에 잘못한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은 약해지고 무분별한 포상은 과도하게 늘어나 법질서가 이완된 것이다. 민주화 유공자라며 국민의 세금으로 보상금을 주는 포상은 계속 확대되는데 누가 유공자인지, 어떤 공로가 있었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불투명하다. 경찰을 폭행한 자도 갑자기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되기도 한다.
반면 불법, 위법자에 대한 처벌은 갈수록 약화되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여론이 누적되고 있다. 현행범인 경우에도 경찰이 현장에서 제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기소되더라도 법원에서 쉽게 풀려난다. 심지어 국가보안법 위반의 간첩 혐의자도 법 제도를 악용해 구속 상태에서 풀려나 수사를 방해하는 행태가 일어나고 있다.
생산 현장에서 국민의 신체와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가해자에게도 인권, 노동권 명분으로 보호하면서 막상 피해자는 피해를 보상받거나 보호받을 길이 없는 일이 수시로 발생한다.
이러고도 법치국가인가? 춘추전국 시대 한비자는 부강한 나라를 만들려면 법질서를 확립해 상벌을 뚜렷이 하고 법을 예외없이 집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비자는 공로가 있든 없든 누구나 상을 받게 하는 것은 나라를 혼란스럽게 한다고 지적하며 법질서 확립을 위해 포상보다는 형벌을 강하게 집행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다시 새만금잼버리로 돌아가 보면 초기에 문제가 되었던 것은 불결한 화장실, 샤워시설과 급수시설의 절대적인 부족, 모기 등의 병충에 대한 방역 미흡과 폭염 피난 공간 부족 등 아주 기초적인 것들이었다.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것도 아니었다. 5년이라는 충분한 시간 동안 지방정부 차원에서 미리 준비하면 충분히 갖출 수 있는 것들이었다.
더구나 중앙정부에서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미리 지원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지방에서는 사전에 충분히 준비하고 대비하지 않고 예산도 엉뚱한 데에 낭비하고 대회가 끝난 후에도 아직 시설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사례가 많다고 한다. 지방공무원과 정치인, 지역업체의 이권 카르텔은 이번 경우에도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새만금잼버리 대회로 손상된 국가 위상을 재정립하고 문제해결의 기반을 확립하는 일은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려 상벌을 엄정하게 시행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마키아벨리도 처벌은 한꺼번에 일시에 집행하고 포상은 천천히 조금씩 나누어주어야 효과가 있다고 했다. 지금은 처벌을 엄격히 하는 것이 국가기강 확립의 급선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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