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기념관 돕겠다는 이종찬 광복회장, 진심인가?

한겨레 2023. 8. 2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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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광복회장은 이회영 선생의 손자다.

지난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승만 기념관 건립에 협력을 요청하자 이종찬 회장은 "팔 걷어붙이고 돕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승만은 기념관을 지어 기릴 만한 인물이 못 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이승만 기념관 건립 시도를 즉시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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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에서 기념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윤 대통령 왼쪽으로 둘째자리에 앉아있는 이종찬 광복회장.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왜냐면] 최창우 |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이종찬 광복회장은 이회영 선생의 손자다. 이회영 선생은 풍찬노숙 고난의 독립운동을 한 인물이다. 초창기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활동했지만 임시정부에 실망해 떠났다. 아나키스트 운동을 중심으로 활동을 벌였고 일본 제국주의를 내쫓고 독립을 이루기 위한 활동을 하다가 피체돼 중국 뤼순 감옥에서 모진 고문 끝에 순국했다.

이종찬 회장이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지난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승만 기념관 건립에 협력을 요청하자 이종찬 회장은 “팔 걷어붙이고 돕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다. 이회영 선생의 손자이기 때문이고 광복회장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의 유지를 저버리는 일이자 독립선열을 욕보이는 일이다.

이종찬 회장은 전두환 정권에 협력했던 지난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독립운동가의 가풍을 잇는 사람이라면 군사 반란세력의 수괴이자 국민학살자들이 이끄는 국가보위입법회의와 민주정의당(민정당)에 참여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승만은 기념관을 지어 기릴 만한 인물이 못 된다. 사적으로 기념관을 짓는 것도 문제가 될 인물인데, 하물며 국민 세금을 들여 기념관을 짓는다는 것은 더더욱 안될 일이다.

임시정부가 모든 독립운동 세력의 임시정부가 되지 못하고 분열하고 지리멸렬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임시정부의 대통령을 맡은 이승만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았고 임시정부에서 논의도 하지 않은 채 미국 대통령 윌슨에게 국제연맹 이름으로 위임 통치를 해달라고 청원하는 독선적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임시정부에서 탄핵되기까지 했다.

이승만은 이후 미국에 거주하면서 개인적 치적을 쌓는 데는 열심인 반면에 독립운동의 족적은 희미하기 이를 데 없다. 오히려 미주 독립운동을 분열시킨 장본인이다. 해방 뒤 귀국한 이승만은 민족세력 통합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자신을 중심으로 뭉치라는 독선을 부렸고 급기야는 단독 정부론을 꺼내 국토분단과 민족분열을 초래하고 통일 정부 수립을 방해했다.

이승만 정권의 부정부패는 얼마나 심했나? 이정재, 임화수, 유지광 등을 우두머리로 하는 정치 깡패 세력의 뒷배가 이승만 정권이다. 이승만 정권이 저지른 국민 대량 학살은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하다. 최소한 10만명에 이른다는 보도연맹원 학살, 기결수 포함 재소자 대량 학살, ‘부역자’ 대량 학살, 3만명 이상의 제주 도민 대량 학살, 4·19 혁명 때의 대량 학살, 국민방위군 역대급 사망 사건, 함양·산청과 거창 민간인 학살, 반인권의 국가보안법 제정과 집행을 통한 국민 생명권 박탈과 부당한 공안사건 조작을 통한 정적 살해 사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악행을 저지른 희대의 독재자가 바로 이승만이다. 이런 자를 기린다면 역사 정의는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

이승만을 숭모하는 집단에서 볼 때는 건국 대통령인지 모르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학살자 내지 학살 책임자다. 임시정부에서 탄핵당한 인물이자 민주공화국 파괴자다. 오직 자신의 안위와 영달을 위해 역사를 거꾸로 돌린 반역사적 인물이고 수십만 국민의 목숨을 빼앗은 자다. 이승만 기념관 건립은 히틀러 기념관 건립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히틀러 기념관을 세웠다는 말을 필자는 들어본 적이 없다.

임시정부에서 탄핵되고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국민에게 총질하다 쫓겨난 인물을 기리는 것은 헌법 위반이고 역사 역주행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이승만 기념관 건립 시도를 즉시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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