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신협 강도사건 용의자 오리무중… 경찰 수사 난항

정민지 기자 2023. 8. 2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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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 4일째, 신원 특정 못하고 동선만 쫓다 행방 묘연
치밀한 계획 범죄·명확한 증거 확보 못해 시민 불안
전문가들 "타 범죄 동원된 수사력 개선·보완 필요"
지난 18일 강도사건이 발생한 대전 한 신협에서 직원이 영업 중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대전일보DB

대전 도심 신협 강도사건이 나흘째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용의자 신원이 특정되지 않아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도주로와 범행 수법을 치밀하게 계획한 범죄로 추정, 명확한 증거 또한 없어 경찰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과 사생활 침해 우려가 상충하면서 생긴 CCTV 설치·관리의 사각지대, 또 최근 급증한 온라인 살인예고 글 등에 쏠린 경찰력 등이 이번 사건에 허점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 A씨는 지난 18일 낮 12시쯤 서구 관저동 한 신협에서 검은색 헬멧을 쓴 채 소화기를 뿌리며 침입, 직원을 흉기로 위협하고 현금 3900만여 원을 빼앗아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났다.

사건 당시 창구에는 남녀 직원 각각 1명이 있었고, 직원 1명이 화장실에 간 사이 범행이 일어났다. 용의자는 칼을 소지하고 있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A씨는 범행 직후 흰색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했다.

경찰은 현재 70여 명의 수사력을 투입, 인근 CCTV를 추적해 가며 A씨의 동선을 쫓고 있지만 용의자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A씨는 서구와 유성구에서 각각 훔친 오토바이 2대를 범행에 사용한 데다 도주한 뒤 대전·충남 곳곳을 다니며 동선을 복잡하게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나흘이 지났지만 용의자가 특정되지 않으면서 시민과 인근 상인들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해당 사건 전후로 대전은 물론 전국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잇따르면서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관저동에서 20년 넘게 살았다는 60대 한 시민은 "요즘 세상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다고 해도 우리 동네에서 이런 일이 생길지는 생각지도 못했다"며 "요즘 CCTV도 많다 하는데, 왜 이렇게 안 잡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50대 한 상인은 "세상이 참 흉흉한데 용의자가 빨리 안 잡혀 모방범죄 등 걱정이 많다"며 "주변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하니 무서워서 장사도 문 잠그고 한다. 손님 올 때만 잠깐 연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70대 상인은 "원래 치안이 좋은 동네였는데 불안하다. 이 동네에 대해 사전탐사를 많이 했거나 지리를 원래 잘 아는 사람이 범행하지 않았겠느냐고들 예상한다"며 "그래도 범행에 쓰인 오토바이가 발견됐다고 하니 수사가 많이 됐을 거라 믿고 있다. 순찰을 많이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요즘 흔하지 않은 범행 수법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또 초범보다는 경력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당장 해결해야 할 돈을 목적으로 범행한 과거의 전형적인 강도 수법으로 보인다. 이 같은 강도 사건은 요즘 감소 추세"라며 "초범이 잘 하지 않는 수법으로, 경력범죄자들 중 용의자를 찾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고 했다.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도 "은행강도 사건 중 오토바이로 범행하는 게 요즘 흔치 않다"며 "차가 갈 수 없는, 오토바이로만 갈 수 있는 길을 사전 모의단계부터 들여다보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수많은 CCTV에도 용의자의 신원·소재를 쉽게 확인하지 못하는 데에는 안전과 사생활 침해 사이 딜레마라는 분석이다.

박 교수는 "CCTV는 일반인이 대상이 된다면 국가의 감시체계에 놓이기 때문에, 인권적 측면에서 불필요한 곳은 정보가 쭉 이어지지 않고 끊어져야 한다는 요청이 계속 돼 왔다"며 "또 경찰서 관할 영역이 아니고선 영장이 있어야 하고, 개인 CCTV는 보관의 의무도 없어 증거를 빠르게 확보한다는 게 쉽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쏟아지는 온라인 칼부림 예고 글에 대응해 경찰력이 크게 동원된 점도 이 같은 대물범죄에 있어 허점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경찰력 편중 문제를 잘 보완·개선해 여러 사건을 잘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신협 강도 사건은 최근 사회적·정신적 문제에 경찰력이 많이 동원되고 있는 허점을 노린 제3의 범죄"라며 "살인·범죄 예고에 휘둘려 경찰력이 쏠려 있는 틈을 노린 범죄는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기에 경찰이 기능별로 중심을 잘 잡아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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