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경제계를 내버려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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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개인적으로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활동을 하지 않겠습니다." 55년간 한국 경제계를 이끌었던 전경련이 한순간 몰락한 결정적 한마디였다.
두 달 뒤 삼성 관계사들은 전경련에서 일제히 탈퇴했다.
한국 경제사의 주인공이 민주주의의 적폐로 추락한 순간이다.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가 직접 경제계에 표 구매를 요청했던 걸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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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 청문회.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다섯 시간 넘는 여야 의원들의 집중 추궁에 쩔쩔맸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총수들이 출석했지만 사실상 삼성 청문회였다. 의원들은 집중포화를 퍼부은 끝에 이 부회장으로부터 전경련 탈퇴와 미래전략실 해체 약속을 받아냈다.
두 달 뒤 삼성 관계사들은 전경련에서 일제히 탈퇴했다. 전경련 탈퇴는 구본무 회장의 LG가 포문을 열었다. 이후 삼성이 탈퇴한 2017년 2월 SK, 현대차도 전경련을 떠났다.
4대 그룹이 떠난 전경련은 처참히 무너졌다. 당장 회비가 쪼그라들자 혹독한 구조조정이 뒤따랐다. 급여가 반토막나자 직원의 절반이 떠났다. 문재인 정부 내내 '패싱'의 상징이 됐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유령단체나 다름없었다.
1961년 박정희 군부정권 시절 탄생한 전경련은 압축성장 시대를 이끈 주역이다. 최빈국을 정부와 기업이 똘똘 뭉쳐 한강의 기적을 썼다. 경제의 혈맥인 경부고속도로를 뚫고, 중동 사막에서 외화를 벌어들이는 데 원팀이 됐다. 선진국의 전유물이던 올림픽과 월드컵도 개최했다.
그러나 군사정권이 끝나고 민주화 시대에 접어들자 정경유착의 고리로 재평가됐다. 그 정점이 국정농단이었다. 한국 경제사의 주인공이 민주주의의 적폐로 추락한 순간이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그렇게 굴러갔다. 어찌 보면 전경련은 산업화 과정의 산물이었을 게다. 일본의 게이단렌이 그랬듯이. 방식은 다르지만 문재인 정부 때도 기업은 정권을 도왔다. 표가 안 팔려 흥행을 걱정했던 평창올림픽 때도 기업들의 도움이 있었다.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가 직접 경제계에 표 구매를 요청했던 걸 기억한다. 다른 국가들은 어떤가. 일본은 전국시대부터 정경유착이 있었다. 유력 다이묘와 거상의 공생관계는 국가경제의 근간이었다. 미국은 로비가 합법화된 나라다. 사회주의인 중국과 러시아는 국가가 기업을 통제한다. 한국은 이들 나라보다 정경 관계에 엄격한 셈이다.
삼성을 비롯한 4대 그룹이 전경련 복귀를 앞두고 있다. 일부에선 벌써부터 정경유착의 부활이라고 난리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지난 정부에서 4대 그룹이 전경련을 탈퇴한 뒤 완벽하게 정경분리를 이뤘나. 사실 4대 그룹의 전경련 탈퇴부터 권력의 외압이 작용했다. 특정 경제단체에서 활동을 할지, 안 할지는 전적으로 기업이 선택할 문제다. 중요한 건 정치와 권력이 경제계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4대 그룹의 복귀를 두고 정치와 권력은 무관심해야 한다. 혹시라도 어떠한 정치적 목적이 작용한다면 전경련의 혁신은 헛구호일 뿐이다. 제발 경제계를 내버려둬라.
cgapc@fnnews.com 최갑천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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