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혐의' 전 민주노총 간부 재판서 증거 두고 설전…北 공작원 접선 정황

김경희 기자 2023. 8. 2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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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방법원. 연합뉴스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하고 북한의 지령을 받아 간첩 활동을 해 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민주노총 전직 간부들에 대한 재판에서 증거 수집의 위법성을 두고 설전을 벌어졌다.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고권홍) 심리로 21일 열린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편의 제공 등) 혐의에 대한 민노총 전 조직쟁의국장 A씨 등 4명의 2차 공판에는 이번 사건을 수사한 국정원 수사관 3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은 이날 첫번째로 증인석에 앉은 국정원 수사관 B씨에게 A씨 주소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는지 물었고, B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자 A씨 측 변호인은 국정원이 피고인의 아이패드 원본 봉인을 해제한 뒤 비행기모드를 실행해 텔레그램 등을 확인했다며 원본 자료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검찰은 “전자장치를 비행기 모드로 실행해야 원본상태가 유지된다. 원본 훼손이 없도록 한 조치다”고 맞섰다. 

그러나 전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인 C씨 측 변호인 역시 국정원이 압수물을 디지털 포렌식 하는 과정에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며 증거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고, 검찰은 당시의 영장조서 등을 근거로 변호인에게 여러 차례 참여권을 고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날 재판에서는 A씨 등이 2017년 9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접선한 정황 등이 담긴 사진이 증거로 제시됐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에게 당시의 상황을 물었고, 국정원 직원은 “바로 호텔이 있는데 한참 위로 올라가 다른 호텔까지 갔다가 돌아왔다”며 일반적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A씨 등이 북한 공작원을 따라가며 전화로 접선했고, 이 과정에서 서로를 식별하기 위한 눈빛교환 등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반면 변호인 측은 “먼 길을 돌아갔다고 북한 공작원과 같이 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아닐 수도 있지 않냐”며 “눈빛 교환을 했는데, 해외에서 (한국사람을 봐) 반가운 마음에 눈을 맞출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국정원 직원은 “한 장소에서만 거리를 두고 이동한 게 아니라 공원에서 상호 눈빛을 주고 받고 전화통화를 하는 신호 과정을 거쳐 일정 거리를 이동했고, 거리를 두고 주변 수사기관의 감시 여부를 확인한 뒤 최종 목적지까지 갔다”며 “그러니까 (북한 공작원을)따라갔다고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씨 등은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에게 포섭돼 민주노총에 지하조직을 구축한 뒤 비밀교신 등 간첩행위를 하고 노조 활동을 빙자해 북한의 지령을 수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 등은 공판준비기일부터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A씨 등의 다음 재판은 28일 열릴 예정이다.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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