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웃던 여성 뒤로 불벼락... 주말 대낮 우크라에 공습 퍼부은 러시아
하얀 원피스를 입고 사진을 찍으려 자세를 취하며 활짝 웃던 한 여성 뒤로 불벼락이 떨어졌다. 우크라이나 북부 도시 체르니히우 도심에 퍼부은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이었다. 구세주 변모 축일 행사를 맞아 평범한 주말을 즐기려던 이들에게 이 유서 깊은 도시는 한순간에 불지옥으로 변했다.
19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AP 등 외신은 이호르 클리멘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을 인용해 이날 오전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우주(州)의 주도 체르니히우 도심 광장에 가해진 공격으로 7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사상자 중에서는 어린이도 있었다. 6세 소녀 1명이 사망했고, 15명의 어린이가 다쳤다.
체르니히우 시내 곳곳 광장과 극장, 교회는 정교회가 기념하는 ‘구세주 변모 축일’을 맞아 외출한 시민들로 북적였다고 한다. 교회에서 정교회 휴일을 축하하던 사람들이 희생자에 포함됐다. 한 극장이 직격탄을 맞았고, 인근 건물은 지붕이 날아갔으며, 100m 떨어진 곳에도 불이 붙었다. 중앙 광장과 대학 건물도 공격으로 크게 훼손됐고, 미사일 공격의 여파로 부서진 건물 잔해와 자동차, 상점의 깨진 유리창 파편이 거리를 온통 뒤덮었다.
엑스(옛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에서는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 당시 참상이 그대로 담긴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영상에는 교차로로 보이는 도로의 한 가운데를 러시아의 미사일이 순식간에 가로지르면서 화염과 연기가 피어오르고, 주변에 있던 시민은 운 좋게 미사일에서 비켜나 재빠르게 대비하는 모습이 담겼다.
또 다른 영상에는 무방비로 인도를 걷던 시민들이 근처에서 폭발이 일어나자 재빨리 바닥에 엎드려 몸을 낮췄고, 그 위로 폭발로 인한 건물과 나무의 잔해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장면도 있었다.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사진을 찍으려던 여성 뒤로 건물이 폭격을 당해 불기둥이 솟아오르기도 했다.
체르니히우는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남쪽으로 약 50km 떨어져있다. 전쟁 초 몇 달 동안 러시아군에 의해 포위되었지만, 러시아군이 물러간 뒤로는 전투가 일어나지 않은 후방 지역이다.
올렉산드르 로마코 체르니히우 시장은 BBC에 당시 이 극장에서는 드론 제조사들의 모임이 진행 중이었다고 말했다. 로마코 시장은 “그들의 목표는 극장에서 열린 행사였을 것”이라며 “그러나 러시아가 주말 한낮 도시를 공습하면서 희생자가 주로 민간인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음이 분명하다”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미사일이 체르니히우의 도심 한가운데를 명중했다. 평범한 토요일이 고통과 상실의 날로 변했다”고 말했다. 데니스 브라운 유엔 인도주의조정관은 “많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종교 기념일을 맞은 상황에서 대도시 중앙 광장을 공격한 것은 악랄한 일”이라며 “인구 밀집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반복적인 공격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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