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증권 '통합 원앱' 구축… '디지털 금융' 빨라진다 [한국형 CBDC 청사진 내달 나온다]
금융사 간 실시간 지급결제 달성.. 금융산업 진흥·금융 소비자 편리
법개정 등 제도적 기반 마련 필요.. 금융 취약계층 소외 논란도 예상
한국은행이 오는 9월 도매용 디지털화폐(CBDC) 인프라 구축 연구방안을 발표하면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과 관련 사업 확장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동안 개인 간 지급결제수단으로 활용하는 소매용 CBDC를 연구해온 한국은행이 시중은행과 중앙은행은 물론 국가 사이에도 통용될 수 있는 도매용 CBDC로 그 범위를 확대하는 만큼 은행 예금 토큰화를 통한 관련 시장 활성화가 기대된다. 이미 자본시장에는 토큰증권이 도입돼 비금융 자산에 대한 조각투자가 가능해지고 있다.
다만 은행 예금을 토큰화하기까지 법 개정 등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하는 것은 물론 디지털 금융으로 전환이 빨라지면 금융취약계층 소외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넘어야 할 걸림돌이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 디지털 전환·사업 가속화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CBDC 인프라가 구축될 경우 금융회사 간 지급결제 동시성·안정성뿐 아니라 금융산업 진흥의 효과가 기대된다. 지급결제 부문 디지털 전환을 앞당길 촉매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은행 지급결제망을 이용하는 시중은행을 포함해 금융지주 차원에서 디지털 혁신을 앞당길 수 있다. 은행이 예금을 토큰화하고 디지털(전자) 지갑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통합 원앱' 등이 탄력을 받을 수 있어서다.
A시중은행의 전자지갑이 만들어지면 해당 금융지주 계열사들은 이를 이용, 전자 지급결제가 편리해질 수 있다. 지주 차원의 '통합 전자지갑'이 생기는 셈이다.
금융소비자의 지급결제 수단으로까지 CBDC 활용방식이 확장될 경우 편리성도 증대된다. 예컨대 CBDC를 통한 지급결제의 '동시성'을 활용해서 금융소비자의 상황에 따라 지급결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해외여행보험의 경우 '항공편 이착륙 상황'에 따른 지급결제 옵션을 프로그래밍화, 실제 비행기가 출발했을 때 지급결제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소비자로서는 불필요한 환불절차 없이 옵션에 따라 전자지갑을 통해 지급결제를 할 수 있어 편리하다.
더불어 지급결제 수단이 스테이블코인으로 확장될 수 있다.
예컨대 스테이블코인을 은행 예금으로 바꾸고, 다시 은행 예금을 토큰화해서 CBDC로 전환하면 CBDC가 디지털 자산을 뒷받침하는 법정화폐가 되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급결제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 등 여타 암호자산에 비해 가격 변동성이 낮고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보관 및 거래가 용이하다"며 "지급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분석했다.
스테이블코인이 CBDC를 통해 뒷받침되면 전자 지급결제가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급수단에서 현금이용 비중은 금액 기준 2019년 17.4%에서 2021년 14.6%로 낮아지는 등 전자 지급결제로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디지털 금융 취약층 소외 해결해야
도매용 CBDC 인프라 구축까지는 법적·사회적 논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CBDC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서 가상자산투자자보호법, 전자금융거래법, 은행들의 예금 토큰화와 관련해서는 은행법 등이 모두 얽혀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위와 한은이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논의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이슈들, 현행법과의 정합성,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의 문제점, 기술적인 문제와 관련해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해서 관련 부서들이 수시로 논의하면서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CBDC 활성화로 디지털 금융 취약계층 소외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지급결제 환경이 디지털로 빠르게 전환하는 과정에서 현금이나 실물카드가 편한 고령층 등 취약계층의 지급결제가 오히려 불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CBDC를 금융소비자의 직접적 지급결제 수단으로 이용하는 소매용 방식으로 확장하는 것에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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