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쾌적한 33분 vs 부대끼는 11분, 김포→서울 출근 지옥 승자는

김포=홍다영 기자 2023. 8. 2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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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주민 서울 출근 돕는 동행버스 운행 첫날
앉아서 갈 수 있는 동행버스, 시민들 “편리해”
경전철,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시간은 버스 3분의1

“평소 김포골드라인을 타고 출근했는데 사람이 많아서 힘들었어요. 특히 김포공항역 직전인 고촌역에서 승객이 우르르 타서 고통스러웠어요. 70번 버스도 있지만 개화 등 중간에 거치는 정류장이 있어서 돌아갔거든요. 서울동행버스는 김포공항역까지 상대적으로 편하게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21일 오전 7시쯤 경기 김포시 풍무동 홈플러스에서 출발해 김포공항역까지 가는 서울동행버스 02번에 탑승한 최모(36)씨가 이렇게 말했다. 최씨는 평소 풍무동 집에서 나와 경전철 김포골드라인으로 김포공항역까지 이동한 뒤 지하철로 갈아타고 서울 중구에 있는 직장에 갔지만, 서울동행버스가 운행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 02번’ 버스를 탔다. 그는 “집에서 (동행버스) 정류장이 훨씬 가까워 좋다”고 했다.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의 한 정류장에서 21일 오전 서울동행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홍다영 기자

◇오세훈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 시민들도 모두 서울 시민”

서울시는 이날부터 경기도 주민들을 위한 서울동행버스 ‘서울 01번’과 ‘서울 02번’ 운행을 시작했다. 수도권 주민의 출근길 어려움과 교통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다. 서울 01번은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에서 서울 강남역까지 세 차례(오전 7시·7시 15분·7시 30분) 운행한다. 서울 02번은 김포시에서 김포공항역을 오전 6시 30분부터 8시 20분까지 10분 간격으로 총 12차례 운행한다. 서울 01번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노선이 개통할 때까지, 서울 02번은 내년 김포골드라인이 증차될 때까지 한시 운영한다.

서울 02번은 ‘지옥철’이라고 불리는 김포골드라인을 이용하는 김포시민들을 돕기 위해 운행한다. 김포골드라인은 단 2량만 운행하는 경전철로, 50만 김포시민이 이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승객들이 몰려 인파 사고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지난 4월과 5월에는 일부 승객이 호흡 곤란 증상을 호소해 119 구급차의 응급 처치를 받기도 했다.

정부는 4월 출퇴근 시간대 셔틀버스를 투입했고, 버스전용차로를 추가로 지정하는 등 긴급 대책을 내놓았다. 서울시는 여기에 더해 서울 02번으로 김포시민들의 서울 출퇴근을 돕는 것이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 시민들도 모두 서울 시민”이라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철학이 반영된 조치다.

김포골드라인 승객들이 21일 오전 김포공항역에서 내리고 있다. /홍다영 기자

◇편하게 앉아서 가는 동행버스 vs 빠르지만 혼잡한 김포골드라인

이날 오전 7시 서울 02번 출발지인 풍무동 홈플러스 앞에 정차해있는 버스에는 ‘여러분의 출근길 서울이 모시러 갑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오전 7시 4분쯤 서해 1차아파트에서 정장을 입은 남성 등 2명이 “김포공항역까지 가나요?”라고 물으며 탑승했다. 오전 7시 9분쯤 풍무푸르지오·센트럴푸르지오에서 1명이 탑승해, 총 3명의 일반 승객을 태운 동행버스가 종점인 김포공항역까지 12㎞를 33분간 달렸다.

서울 02번은 버스전용도로를 이용해 승용차보다는 빨랐지만 김포공항역으로 진입하는 구간에서 교통 정체로 잠시 서있기도 했다. 서울 여의도로 출근하는 승객 윤모(50)씨는 “그동안 김포골드라인은 복잡해서 자주 이용하지 않았다”며 “동행버스는 사람이 적어 출근하기 좋다”고 했다. 운행 중 버스 회사 관계자에게 “퇴근 시간에도 운행하나요?”라고 묻기도 했다. 이 버스는 출근 시간대에만 운행한다.

비슷한 시각 김포골드라인은 여전히 ‘지옥철’이었다. 이날 오전 8시 15분쯤 풍무동 홈플러스에서 약 2㎞쯤 떨어진 풍무역에서 열차에 탑승해보니 콩나물 시루처럼 200여 명쯤의 승객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한 승객은 검정색 배낭을 앞으로 들쳐메고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승객이 더 탈 수 없어 보였는데, 열차가 다음 역인 고촌역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밀치며 올라탔다.

김포공항역에 도착하자 열차에 있던 승객들은 “잠시만요”라며 우르르 내렸다. 한 남성은 노트북을 양손에 받쳐 들고 모니터 화면을 들여다보며 지하철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에 탑승했다. 에스컬레이터 옆에는 ‘무리한 승하차 금지. 열차 승객 사고 대부분은 승하차 시 발생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김포공항역에서 만난 안전요원은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김포시에서 승객들이 21일 오전 70번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홍다영 기자

◇다른 버스 탄 승객 “서울동행버스 운행하는지 몰랐다”

김포골드라인 내부에는 ‘출근 급행 버스 70번 GO. 70번 버스 타고 버스 전용 차로로 김포공항역까지’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쓰여진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김포골드라인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 투입한 대체 노선이다. 오전 9시쯤 풍무역으로 돌아가 70번 버스에 탑승하자 승객 6명이 좌석에 앉아 있었다.

종점인 김포공항역에서 여행용 가방(캐리어)을 들고 하차한 홍모(27)씨는 “김포골드라인은 (출근 시간대) 비좁은데 캐리어를 들고 탑승하면 민폐일 것 같아 70번 버스를 이용했다”며 “(김포공항역까지 가는) 동행버스가 운행하는지는 몰랐다”고 했다.

김포골드라인의 모습은 좌석에 앉아서 갈 수 있는 서울동행버스와 전혀 다른 광경이었다. 다만 김포골드라인을 이용하면 풍무역에서 김포공항역까지 11분이면 닿는다. 서울 02번을 탔을 때 걸리는 시간의 3분의 1 수준이다.

김포골드라인 혼잡도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지하철 5호선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날 김포 장기역에서 서울 방화역까지 28㎞를 신설하는 지하철 5호선 연장 노선 계획안을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에 제출했다. 경기도는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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