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클럽’ 박영수 수사 빈손이었던 檢…역풍 일자 ‘구속기소’
공전 거듭하다 ‘곽상도 무죄’로 비난 여론 커지자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중심에 있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대장동 민간 사업자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전현직 법조인들에 대한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하던 검찰은 곽상도 전 국회의원 '뇌물 무죄' 역풍으로 재수사에 돌입한 끝에 박 전 특검을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21일 박 전 특검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수재,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50억 클럽 의혹이 불거진 지 2년, 검찰 재수사가 시작된 지 5개월 만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박 전 특검과 공모한 최측근 양재식 전 특검보는 특경법상 수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특검은 2014년 11월3일∼2015년 4월7일 우리은행의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 감사위원으로 재직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남욱씨 등 민간업자의 컨소시엄 관련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200억원 등을 약속받고 8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우리은행은 당초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주축이 된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2015년 3월 최종 불참키로 했다. 대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참여하겠다며 1500억원의 여신의향서를 냈다. 우리은행이 낸 여신의향서 덕분에 성남의뜰 컨소시엄은 민간 사업자 평가 항목 중 '자금 조달' 부분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박 전 특검은 이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해 민간업자들을 돕고 그 대가로 남씨 등으로부터 200억원 및 시가 불상의 땅과 단독주택 건물을 약속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5년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 자금 명목으로 양 전 특검보를 통해 총 3억원의 현금을 수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2015년 3∼4월 우리은행 역할이 여신의향서 발급으로 축소된 후 박 전 특검이 5억원을 실제로 받고, 50억원을 약정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특검이 김만배씨 등에게서 5억원을 받은 뒤 이를 다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증자대금 명목으로 보내 대장동 사업 지분을 확보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박 전 특검의 딸 박아무개씨와 공모해 특검 재직 기간이던 2019년 9월6일∼2021년 2월26일 5차례에 걸쳐 김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로부터 '단기 대여금'으로 가장한 돈 11억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다만 검찰은 딸 박씨는 이번 기소에서 일단 제외했다. 돈을 준 김씨와 직접 받은 박씨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박씨의 주택법 위반 혐의도 수사 중이다. 박씨는 2021년 6월 화천대유가 보유한 대장동 한 미분양 아파트를 재공모 절차 없이 수의계약을 통해 분양받은 혐의로 지난해 9월 검찰에 송치됐다.
검찰이 재수사 끝에 박 전 특검을 재판에 넘겼지만, 수사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과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당초 검찰은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이 본격화 한 2021년 9월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출신이자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당시 국민의힘 의원과 그의 아들 병채씨가 첫 타깃이 됐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된 50억 클럽 명단이 공개됐고 11월 말 검찰은 박 전 특검을 소환 조사했다. 그러나 2022년 2월 곽 전 의원만 구속 기소했고 박 전 특검 등 나머지 인물에 대한 수사는 공전을 거듭했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지난 2월 곽 전 의원이 뇌물·알선수재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다.
당시 재판부는 병채씨가 결혼해 독립 생계를 유지한 만큼 그가 화천대유에서 받은 퇴직금 50억원(세후 약 25억원)을 곽 전 의원에 대한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고, 거센 역풍이 일었다. 사법부가 이 같은 판단을 내린 배경에는 공소유지 의지를 상실한 검찰의 '의도적 봐주기'가 있었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정치권에서도 곽 전 의원 무죄 후폭풍이 일었고 여권에서조차 판결을 둘러싼 의구심을 드러냈다. 여론 비난이 거세지자 검찰은 3월30일 결국 박 전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며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지난 6월22일 박 전 특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고 같은 달 2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가 동력을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달 말 박 전 특검과 딸을 '공범'으로 보고 화천대유로부터 받은 대여금 형태의 11억원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을 적용하는 등 혐의를 보강했고 결국 법원은 이달 3일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역대 가장 성공한 특검으로 평가 받던 박 전 특검은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이어 50억 클럽 의혹으로 구속 및 추가 기소까지 되면서 추락하게 됐다.
앞서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수산업자를 사칭한 김아무개씨로부터 포르쉐 렌터카 무상 이용을 포함해 총 336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지난해 11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박 전 특검은 해당 의혹이 불거지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팀 출범 4년7개월 만인 2021년 7월 불명예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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