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O가 훈련시킨 우크라 최정예 공수여단, 남부 최전선에 첫 투입
네덜란드ㆍ덴마크는 61대의 F-16 전투기 제공 약속...실제 첫 인도는 빨라야 내년 여름
러시아의 두터운 방어선을 뚫으려는 우크라이나군의 두 달 여 반격이 좀처럼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가운데, 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훈련하고 서방에 제공한 장갑차량과 전차로 무장한 우크라이나의 최정예 부대인 제82 공중강습여단이 우크라이나 남부 전선에 처음으로 투입됐다고, 키이우 포스트와 미국 주간지 포브스,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이 보도했다.
제82 공중강습여단은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그동안 존재 자체를 부인해 왔지만, 지난 4월 미 국방부 비밀 문서가 누출되면서 존재가 드러났다.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강력한” 부대
미 비밀 문서에 따르면, 약 2000명의 병력으로 구성된 제82 공중강습여단은 서방이 훈련시키고 장비를 제공해 새로 만든 10여 개의 여단 중에서 “최강”으로 분류된다. 90대의 미제 스트라이커(Stryker) 장갑차, 40대의 독일제 마르더(Marder) 보병전투차량, 24대의 M113 장갑차 등 150여 대의 장갑차와 14대의 영국 챌린저 2 전차로 구성돼 있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 5월 이 부대는 서방이 제공한 보병 장갑 차량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어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강력하다(ridiculously powerful)”고 소개한 바 있다.
제82 공중강습여단 병력의 최전선 배치는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전투 중인 남부 마을 로보티네의 동쪽에서 지난 16일 이 부대의 스트라이커 장갑 차량이 러시아군 드론에 촬영되고 러시아의 RIA 노보스티 통신을 통해 공개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이 동영상에서 러시아군의 랜싯(Lancet) 드론은 달리는 스트라이커 차량을 조준 공격했으나, 이 차량은 폭발 화염 뒤에도 계속 질주하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군은 이후 영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서방의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 드론이 스트라이커 파괴에는 실패한 것으로 추정했다.
◇”우크라이나, 모든 칩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우크라이나 군은 6월 4일부터 남부와 동부의 세 곳에서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수 개월에 걸쳐 러시아군이 설치해 놓은 지뢰밭과 참호, 장애물 등 폭 20~30㎞의 방어선에 막혀, 지금까지 진격한 거리는 10㎞ 정도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미 정보당국에선 애초 올해 안에 멜리토폴과 베르단스크까지 진격해 크림 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우크라이나 남부의 러시아군 보급 육로(陸路)를 차단한다는 목표가 실행되기 어려우며, 전쟁은 소모전으로 전환돼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다. 멜리토폴과 베르단스크를 잇는 우크라이나 남부에는 2개의 고속도로와 1개의 철도가 놓여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도 “미 관리들은 갈수록 우크라이나의 반격 전략에 비판적이며, 성공 가능성도 낮게 본다”고 19일 보도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모두 430억 달러(약 57조 원)의 군사 원조를 승인했지만, 이는 앞으로 수주 내에 집행이 완료될 예정이다. 57조 원은 올해 우리나라의 국방예산과 비슷하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에서 ‘엘리트 부대’로 간주되는 제82 공중강습여단을 최전선에 투입한 것은 “우크라이나 장군들이 보유한 모든 칩(chips)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전진 배치하기로 결심한 것”이라고,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마이클 클라크 교수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그동안 제82 공중강습여단과 ‘자매 부대’라 할 수 있는 제46 공중기동여단을 예비 전력으로 후방에 배치했었다. 클라크 교수는 “우크라이나로서는 보유한 돌격 부대의 더 많은 비중을 투입해서, 초기에 전선의 돌파구를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워싱턴 DC 소재 전쟁연구소(ISW)는 20일 일일 전황 분석에서 “우크라이나 군은 남부 자포리자 주의 로보티네 마을 동쪽에 형성된 2개 이상의 전선에서 계속 전진 중”이라고 밝혔다. 로보티네는 다음 요충지인 토크마크를 거쳐, 현재 러시아가 장악한 항구 도시 멜리토폴과 베르단스크로 진출하는 루트의 초입부에 해당한다.
제82 공중강습여단은 다른 부대가 최초에 돌파한 지점에서 신속하게 진격하는 태스크에 맞춰 조직된 부대다. 키이우 포스트는 “제82 여단의 전투차량이 러시아 방어선 너머에서 목격되면, 이 부대가 기존 돌파구를 이용해 전투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가 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제82 공중강습여단의 최전선 배치가 모든 예비 병력의 풀가동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우크라이나는 더 많은 정규군 병력을 예비 전력(戰力)으로 갖고 있다.
◇덴마크ㆍ네덜란드, 2025년까지 F-16 전투기 61대 제공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20일 조종사 훈련이 끝나는 대로, 모두 19대의 F-16 전투기를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도 이날 아인트호벤의 한 공군기지에서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가진 합동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숫자 명시 없이 “네덜란드에는 F-35로 교체 중인 42대의 F-16이 있으며 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42대를 약속 받았고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못 박았다.
◇조종사ㆍ지상요원 훈련 필요해, 실제 제공은 빨라야 내년 여름 시작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주에 네덜란드와 덴마크 정부에 서한을 보내 “조종사 훈련이 완료된 시점에서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것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또 지난 5월, 일부 NATO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에게 F-16 조종 훈련을 하는 것을 승인했다.
하지만, F-16 전투기는 조종사가 조종 능력을 배우는 데는 6개월, 일정 수준의 기술적 영어를 습득하는데 4개월이 추가로 소요된다고 한다. 따라서 NATO 국가들의 F-16 제공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하고도 2년이 지난 2024년이 돼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는 “현재 6명의 우크라이나 조종사가 F-16 훈련을 받고 있으며, 이것이 끝나려면 내년 여름은 돼야 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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